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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레버리지 투자-채권·배당주-시장지수-가상자산-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에 걸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변화는 이렇게 요약된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6년간 서학개미의 투자 패턴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6년 전만 해도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가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양자컴퓨팅, 가상자산 등 다양한 투자 테마와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변화했다.

◇AI 수혜주 달라져
한국경제신문이 2020년부터 2026년(1~4월)까지 서학개미가 사들인 미국 주식 50개(예탁결제원 집계)를 분석해보니 매년 투자 패턴이 빠르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빅테크 편입 비중이 변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5년 전만 해도 대장주로 순매수 종목 5위 내 이름을 올렸는데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올해 3위로 올라섰다. 순매수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던 엔비디아는 올 들어 순매수한 50개 목록에서 사라졌다. 대신 서학개미는 엔비디아 하루 수익률의 2배 수익을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즈 엔비디아 데일리 2배 롱 ETF’(티커명 NVDL)를 1억1227만달러(약 16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2020년과 2021년 서학개미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애플, 아마존, MS, 엔비디아 등 빅테크 종목에만 주로 투자했다. 전기차 인기로 테슬라는 압도적인 순매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레버리지 투자가 인기를 끌었다. 서학개미는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QQQ’(TQQQ),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 등을 사들였다.
◇하락장에선 방어형 포트폴리오 구축
2024년 시장이 하락하자 꾸준한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방어적인 투자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이들이 포트폴리오를 채운 것은 ‘JP모간 나스닥 프리미엄 인컴 ETF’(JEPI), ‘슈와브 미국 배당주 ETF’(SCHD), ‘NEOS 나스닥100 하이인컴 ETF’ 등이다. 커버드콜 전략이나 고배당주를 통해 하락장 방어 및 배당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속형 투자 패턴으로 볼 수 있다.2025년엔 편입 종목의 손바뀜이 두드러졌다. 기술주 랠리에 편승해 가상자산 관련 종목에 서학개미의 매수세가 몰렸다. 비트코인 채굴 관련주인 비트마인과 아이리스에너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올 들어선 테슬라의 귀환과 함께 AI 수혜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이들은 알파벳, MS는 물론 샌디스크, 마이크론, 마벨, 루멘텀 등을 골고루 사들였다. 엔비디아 투자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소형 원자로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도 눈길을 끈다. 아이온큐, 뉴스케일파워, 조비에비에이션, 로켓랩 등이 서학개미의 포트폴리오에서 새롭게 부상한 종목이다. 서학개미가 당장의 주가 수익보다 미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소형 성장주로 관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승 베팅·하락장 헤지 전략 동시 구사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개별 종목을 덜어내는 대신 ETF를 활용하는 서학개미가 더욱 늘고 있다. S&P500, 나스닥100, 반도체 등 특정 지수나 특정 종목을 따라 움직이는 ETF 편입 비중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 속에서 개별 종목 리스크를 줄이고 지수와 테마에 분산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선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12개가 ‘뱅가드 S&P500’ ‘인베스코 나스닥100’ ‘JP모간 나스닥 프리미엄인컴’ 등 지수형 ETF가 차지했다.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의 2배 수익을 노리는 ‘프로셰어즈 울트라QQQ ETF’(QLD)는 2억4858만달러어치 순매수해 14위에 올랐다.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더세이지 패밀리오피스 이사는 “그동안 미국 증시 주도주로 여겨진 ‘매그니피센트7’(M7)만 담아도 수익을 내기 쉬운 장이었지만 지금은 개인에게 생소한 기업이 많아졌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인플레이션, 금리 등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개인이 신규 종목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무조건적인 상승 기대보다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와 배당 인컴 등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안정형 투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