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우리를 대체할 인공지능(AI)을 훈련시키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말 회사에서 레이오프(구조조정)를 통보받은 오라클 직원이 타임지에 한 말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는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은 다음달까지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3만 명을 감원한다.
◇사람 작업 배우는 AI
AI가 회사에서 사람을 밀어내는 현실이 닥치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AI에 직원들의 컴퓨터 업무 과정을 학습시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전사 회의에서 “AI가 똑똑한 직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단계”라며 이를 기반으로 개선된 AI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이달 약 8000명을 내보낼 예정이다.아마존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본사 직원 3만여 명을 줄였다. “앞으로 몇 년간 회사 전체 인력이 AI의 광범위한 도입으로 줄어들 것”이라던 지난해 6월 앤디 재시 CEO의 예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아마존은 인사 관리(HR), 물류 관리에도 AI를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커넥트디시전스는 공급망을 관리하는 AI 에이전트로 특정 지역 수요가 급증하거나 재고가 떨어지면 근본 원인을 추적하고 예상 영향을 분석한다. 또 채용 AI 에이전트 커넥트탤런트는 채용 직무에 맞는 후보의 역량을 파악하고 질문지를 작성한다. 모두 고액의 연봉을 받는 직원이 할 업무다. 이렇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1분기 직장을 타의로 떠난 직원만 8만 명이 넘는다.

◇낮아지는 컴퓨팅 비용
구조조정을 부추길 컴퓨팅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에포크AI에 따르면 2023년 3월 나온 GPT-4는 토큰(AI 연산 기본 단위) 100만 개를 쓰는 가격이 37.5달러였다. 이듬해 7월 출시된 비슷한 성능의 메타 라마3.1-인스트럭션 8B 가격은 0.1달러로, 375분의 1로 떨어졌다. AI 모델 일부만 작동시켜 질문에 답하는 ‘전문가 믹스(MoE)’, 거대 모델로 소형 모델을 학습시키는 ‘증류’ 기술 등이 발전한 결과다.오픈AI 초기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업자는 3월 팟캐스트에서 “공장 노동자, 소매업 종사자, 회계사 등 모든 직종의 노동 가치가 0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는 직원 감원으로 확보한 자금을 설비 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을 자른다는 뜻이다. 메타는 올해 설비 투자에 1250억~1450억달러를 지출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지난해의 두 배, 3년 전 대비 다섯 배 규모다.
다음달까지 3만 명을 내보내는 오라클은 약 100억달러를 확보한 뒤 오픈AI와 손잡고 500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 4대 빅테크는 이런 방식으로 올해만 AI 인프라에 7000억달러(약 1038조원)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해고한 뒤 U턴 기업도 등장
AI로 직원을 대체한 뒤 다시 직원을 채용하는 ‘U턴 기업’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는 2022년 AI 상담원 ‘키키’를 도입하며 직원을 40% 감축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채용에 나섰다.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브스키 CEO는 “고객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사람이 응대해준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이유를 댔다.HR 기업 커리어마인즈가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AI를 도입해 직원을 해고한 600개 회사 가운데 31%는 해고 직책을 다시 채용하는 데 비용이 더 들었다. 42%는 재고용 비용이 절감액과 비슷했다고 답했고, 이득을 봤다는 응답은 27%였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