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내린 제재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과징금과 징계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이창민 전 카카오모빌리티 CFO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금융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가맹수수료와 제휴수수료를 각각 매출과 비용으로 모두 반영하는 ‘총액법’을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영업수익과 비용이 과대 계상됐다고 보고 중대한 회계 기준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4년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전 CFO에 대해 면직 권고와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고, 금융위원회는 3억4062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계 기준 위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책임의 정도는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순액법을 적용해야 하지만 총액법에 따라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을 과대 계상한 이 사건 회계처리는 회계처리기준은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카카오모빌리티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거나 이 전 CFO가 고의 또는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회계처리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즉 회계 처리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과징금과 중징계를 부과할 만큼의 고의성이나 중대한 과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무제표의 수익과 비용이 같은 수준으로 과대 계상이 되었을 뿐 영업이익 등 다른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은폐되는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명확한 선례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를 했고, 외부 감사에서도 적정 의견을 받은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 전 CFO가 특별히 주의의무를 심각하게 해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면직 권고 등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며 상급심 판단을 받기로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