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한 지하 아이돌이 팬들에게 자신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게 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악수나 포옹 대신 신체 냄새를 활용한 이색 팬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온라인상에선 "아이돌이 아니라 저가 성인 유흥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논란의 주인공은 일본 혼슈 와카야마 출신 지하 아이돌 마쓰모토 하리다. 그는 밝고 친근한 이미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4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은 인물이다.
일본의 지하 아이돌은 대형 방송이나 광고에 주로 등장하는 정상급 아이돌과 달리 소극장, 라이브하우스, 쇼핑센터 등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공연하면서 팬들과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쌓는다.
마쓰모토는 최근 공연 뒤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기존 악수나 포옹 대신 겨드랑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온라인에 확산한 영상에는 한 중년 남성 팬이 강아지 흉내를 내듯 양손을 들어 올린 뒤 마쓰모토의 허락을 받고 그의 양쪽 겨드랑이 냄새를 맡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마쓰모토가 해당 팬을 앉힌 뒤 팔로 감싸 안고 다정하게 대하는 듯한 장면이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하기도 했다. 한 팬은 마쓰모토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정말 당신의 향기가 좋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하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랑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일부 팬들은 자신들의 수입을 모두 바치고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취지의 '평생 행복 계약'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모토는 이 같은 팬서비스를 도입한 배경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지하 아이돌 사이에서 자신을 차별화하고 충성도 높은 팬층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온라인상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아이돌이라기보다 저가 성인 유흥으로 보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마쓰모토가 안타깝다"며 "지하 아이돌 업계는 사생활 노출이나 신체 냄새 판매처럼 다른 직업군에선 용납되기 어려운 행동을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일본 지하 아이돌 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재차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다큐멘터리 '일본 지하 아이돌의 청춘'에 따르면 일본 아이돌 중 약 80%는 이른바 '지하 아이돌' 영역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수입은 낮은 편이다. 일본 직장인 평균 월급이 약 30만엔(약 1900달러) 수준인 반면, 지하 아이돌의 월수입은 통상 12만엔 이하로 알려졌다.
일부 기획사는 기본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임금을 임의로 늦추기도 한다. 자의적인 이유로 아이돌을 해고하는 사례도 있다. 치열한 경쟁과 몸매 관리 압박, 팬들의 기대에 맞춰야 하는 부담, 괴롭힘 등은 아이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기업 쓰기스테가 아이돌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활동 기간 중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다. 48%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12%는 성희롱 피해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 아이돌들에게는 연애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도 따라붙는다. 팬들과의 잦은 교류가 인기의 핵심 요인이어서다. 일본 아이돌 문화가 확대되고 라이브 스트리밍 경제가 커지면서 중국 상하이·홍콩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하 아이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