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달 13일 대이란 해상 봉쇄가 시작된 뒤 이란산 원유 5300만배럴을 실은 유조선 31척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유조선에 실린 원유 가치는 최소 48억달러로 추산됐다.
미군은 이 기간 원유 등을 싣고 해역을 빠져나가려던 선박 40척 이상을 돌려보냈다. 이란 선박 2척은 나포했다. 해상 수출로 외화를 확보하던 이란 입장에선 수출 통로가 막혀 정부 재정의 주요 자금줄이 동시에 휘청이는 상황이다.
해상 봉쇄는 저장공간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이란 내부 원유 저장시설은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 저장시설이 한계에 다다르자 이란은 노후 유조선을 동원해 바다 위에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정치 리스크 자문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분석가는 "원유 저장공간이 부족해지기까지는 아마 몇 주, 어쩌면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은 막히고 생산된 원유를 쌓아둘 공간도 줄어들면서 이란 에너지 산업 전반의 병목이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봉쇄망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일부 이란 유조선은 미국의 감시를 피해 우회 수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란 대형 유조선 '휴즈'호는 최근 파키스탄과 인도 해안을 거쳐 말레이시아 말라카 해협의 한 항구로 향했다. 전문가들은 이 항구를 중국행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환적 거점으로 보고 있다.
유조선 추적 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의 사미르 마다니 공동 창업자는 악시오스를 통해 "휴즈호의 사례는 이란 유조선이 미국의 봉쇄를 피하는 방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이란은 파키스탄 국경 근처에 추가적인 원유 저장시설을 짓고 나서 걸프만 '대탈출'을 감행할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봉쇄가 의도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엘 밸디즈 미 국방부 대변인 대행은 "이번 봉쇄 작전은 우리가 의도했던 결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우리는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지역 불안정을 조장하는 이란 정권의 능력에 파괴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