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 약 5000명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유럽 동맹국들의 발언과 지원 태도를 향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감축 결정이 현실화하면서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문제로 파장이 번질지 주목된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독일에서 약 5000명의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은 유럽 내 미군 태세에 대한 국방부의 철저한 검토에 따라 나온 것이며 전구 요구사항과 현지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수는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안에 완료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주독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결정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이란 전쟁 관련 발언 직후 나왔다. 메르츠 총리는 앞서 미국 전체가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한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에 메르츠 총리의 발언이 "부적절하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 요청에 소극적이었다는 불만도 감축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수사에 대한 불만과,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미국의 작전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점에 매우 분명하게 불만을 표해왔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독일에는 미군 3만6436명이 배치된 상태다. 이번 조치가 완료되면 독일 주둔 병력은 약 3만100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약 14% 감축되는 수준이다.
독일은 일본에 이어 해외 미군 주둔 규모가 두 번째로 큰 국가로 알려졌다. 미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 본부가 있고 남부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미군 작전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미 CBS 방송은 이번 철수 명령이 독일 주둔 전투여단 1곳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철수 인력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해외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가 자국 본토 방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선순위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감축이 단순한 병력 축소를 넘어 미군 배치 전략의 조정 작업으로 읽히는 이유다.
유럽 안보에도 변수가 생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독일 주둔 미군 일부가 빠지면 유럽 방위 태세에 일정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평가에 따라 상당 규모의 미군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이번 결정을 동맹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7월에도 주독미군 약 1만2000명을 감축해 미국과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계획은 이듬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제동이 걸렸다.
관심은 주한미군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주한미군이 북한을 상대로 한 방어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한국이 이란 전쟁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병력 숫자보다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