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탓에 뿌리가 흔들린 자유무역은 이란전쟁을 계기로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는 국가가 더 늘어나는 게 이를 방증한다.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비료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의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일본은 기업 인수합병(M&A) 허용 기준에 ‘경제 안보’를 포함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등도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 각자도생 움직임은 더 노골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군비 확장에 뛰어들었다. 이 와중에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안보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기고, 독일 주둔 미군 감축까지 거론했다. 당사국으로선 미국 없는 생존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폴란드 등이 인도주의 차원의 지뢰 협약까지 탈퇴한 이유다.
신뢰와 동맹이 약화되고 힘과 거래가 지배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국익을 최우선에 둔 치밀한 외교·안보 및 경제·통상 전략이 요구된다. 더 단단한 동맹 관계가 필요하고, 동시에 경제와 안보 모든 측면에서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다.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자강 능력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