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영국은 2015년부터 이어온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은 한때 중국을 핵심 경제 파트너로 보고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그러나 중국이 영국의 안보와 민주주의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되면서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최근에는 영국이 미국과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데다 중국 첨단 기술이 안보 위험으로 부상해 대중국 경계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英, 中 풍력 업체 퇴짜

최근 영국 정부는 중국 풍력터빈 제조 업체 밍양스마트에너지 제품을 자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풍력터빈은 전력망과 연결되는 첨단 장비”라며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능력이 영국의 경계심을 키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퇴출 선언에 밍양은 즉각 반발했다. 밍양은 지난해 10월 스코틀랜드 아더시어 항구에 15억파운드(약 3조원)를 투자해 터빈 블레이드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영국과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장촨웨이 밍양 회장은 “영국 정부가 상업 기업을 국가 안보 문제로 낙인찍고 있다”며 “안보 위협 근거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의 영국 투자가 축소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투자공사(CIC)는 보유 중인 히스로공항 지분 10%를 ‘적극 관찰 대상’에 올려두고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 이유는 330억파운드로 추산되는 히스로공항 제3 활주로와 신규 터미널 건설 비용 부담이다. FT는 “국가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영국이 중국 투자에 점점 더 비우호적으로 변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 간 반감은 경제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스며들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런던에 유럽 최대 규모의 중국대사관을 짓는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다.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는 “대사관이 테러와 시위의 표적이 되거나 첨단 스파이 거점과 감시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1월 건설을 승인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영국 교육기관은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최근 영국 명문 사립학교 위컴애비의 중국 난징캠퍼스는 개교 5년 만에 폐쇄를 결정했다. FT는 “중국 당국이 교육과정의 현지화를 요구하고 학교명에 외국어 사용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고 했다.
◇“中 그린테크 의존 위험”
영국이 중국에 경계심을 키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중국 첨단산업이 영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첫 번째다. 최근 유럽의 중국산 친환경 기술 의존이 국가 안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내각부 국가안보전략 부국장을 지낸 마이클 콜린스가 공동 집필한 보고서는 “중국산 그린테크 의존이 사이버 공격, 무역 제한, 산업 스파이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미국과 더욱 밀착한 것도 대중국 강경 노선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은 미국, 호주와 함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는 등 미국 중심 안보 질서에 깊숙이 들어갔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영국은 미국과 거의 같은 관점으로 중국을 인식하고 있어 유럽 내에서도 안보 중심 시각이 훨씬 강하다”며 “권위주의·공산당 일당의 시진핑 체제를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가치 충돌’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