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일 노동절 기념사에서 ‘노동자’(21회) 다음으로 ‘우리’(11회)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준으로 노사 간 대결 구도가 깊어지는 가운데 양측에 자제와 양보를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노동절 기념식에 참석한 노동계와 경영계를 향해 “모두가 상생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 그것이 오늘 노동절의 큰 의미 중 하나”라고 했다. 노동절 행사를 청와대가 주관하고, 여기에 노사정 대표자가 모두 참석한 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오늘의 대화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며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일터의 변화로,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기념식장에서 이 대통령의 양쪽으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앉았다. 이들 옆에는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각각 자리했다.
손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경영계는 끊임없는 혁신과 투자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계 역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생산성 향상에 동참하고 협력적 노사 문화 정착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에 앞서 축사를 한 김 위원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문명 전환의 시기에 기술 진보가 모든 이에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430여 개 원청에 하청이 교섭을 요청했지만 응한 곳은 40여 곳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모범적 역할을 해야 하고, 민간이 그에 따르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급격한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커다란 위기”라며 “그러나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과 성과를 앞세우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산업재해 근절 의지도 재차 밝혔다.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를 언급하며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살피겠다”고 했다. 또 “고용 형태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의 크기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가맹·대리점주 등에 대한 노동 3권(단결·단체교섭·단체행동) 보장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노총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소상공인도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 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자신이 소년공 출신이라는 점을 거듭 언급하며 노동계와의 동질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 출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사명감으로 노동자의 목소리에 화답하겠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