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화이트 와인 수요가 늘면서 “와인은 레드”라는 정형화된 공식이 깨지고 있다. 2030세대 중심으로 도수가 높은 독한 술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 인기를 끌면서다. 이에 와인 업계는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한 메뉴와 페어링을 선보이거나 일반 음식점 입점을 확대하는 등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독한 술 말고 가볍게"…수요 늘어난 화이트와인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와인 시장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약 4억3428만달러로 전년(약 4억6211만달러) 대비 약 6% 감소했다. 전체 와인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품목별 비중도 재편되고 있다. 전통적 강자였던 레드와인의 시장 점유율은 2024년 57%에서 지난해 48%로 하락한 반면 화이트와인은 18%에서 26%로 상승했다. 지난해 화이트 와인 수입액도 전년보다 16.3% 증가한 약 145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보였다.이 같은 흐름은 음주 문화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2030세대 중심으로 과거처럼 도수가 높은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볍게 즐기는 음주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도수가 낮고 산뜻한 맛을 가진 화이트와인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 배우 하정우가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진 커클랜드 쇼비뇽블랑 등 화이트와인이 지속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업계도 무알코올 와인, 캔와인 등 기존 병 와인에서 벗어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G7 와이너리와 협업해 캔 형태로 된 화이트와인을 선보인 바 있다.
레스토랑 밖으로 나온 와인…소비자 접점 확대 나선 수입사
와인을 들여오는 수입업체도 대응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K바비큐 등 2030세대가 선호하는 메뉴와의 페어링을 제안하며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는 식이다. 와인 수입사 아영FBC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청기와타운 남영점에서 소규모 미디어 간담회 ‘와식주’를 열었다. 와식주는 와인과 식사(食), 술(酒)을 합친 말로, 와인이 특별한 자리에서만 마시는 술이 아니라 일상적인 음식과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 장소로 선택된 곳은 왕갈비, 양념갈비 등을 주력으로 하는 한식 고깃집이었다. 레스토랑 등 기존 와인 소비 공간과는 거리가 있는 이색적인 장소였다. LA 한인타운을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회사는 이날 한국인이 즐겨 찾는 음식과의 조합을 통해 ‘생활 밀착형’ 페어링을 제안했다. 먼저 육회와 샴페인을 매치해 선보였다. 육회의 찰진 식감과 고소함이 샴페인의 탄산과 어우러지며 균형을 이뤘다. 빗살로스에는 뉴질랜드산 쇼비뇽 블랑을 곁들였다. 화이트와인 특유의 산뜻한 산미가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깔끔한 맛을 더했다. 칠레·이탈리아산 레드와인은 각각 돼지갈비, 마늘갈비와 페어링했는데 레드와인의 부드러운 타닌감이 달콤한 고기 양념과 조화를 이뤘다.
이처럼 스테이크 중심의 기존 페어링에서 벗어나 일상적 음식과의 매칭을 강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와인 소비 공간도 달라지고 있다. 레스토랑이나 와인바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일반 음식점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다.
회사 측은 향후 다양한 외식업장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와인 소비 문화를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영FBC 관계자는 “와식주에 소개되는 업장들은 기존 주류 판매 방식에서 변화를 찾는 곳들”이라며 “새로운 와인 트렌드를 제안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데 의미 있는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