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일률적 정년 연장 땐 고연차 무임승차자를 양산하고, 세대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정치권에 전달했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여당의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연공형 임금 체계 중심의 한국 노동시장에선 신규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기업들의 우려다. 이런 이유로 정부·여당에 기업 자율성을 제고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의 정년 연장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30일 국회에서 ‘대·중소기업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년 연장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에선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주요 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일률적 정년 연장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정치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날 국내 기업 임직원 평균 연령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일률적 정년 연장이 단행되면 인사 적체가 심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연차 임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떨어져 무임승차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청년 인재의 국내 이탈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고령 인력 1명을 고용할 인건비로 신입사원 1.8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다는 구체적 수치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역시 일률적 정년 연장으로 청년 채용 여력이 줄어들고, 세대 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했다.현대차그룹은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관련 법안에 ‘재고용 대상자 선별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퇴직자 전체로 재고용 범위를 넓히면 일부 인력의 무임승차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직무역량 미보유’ ‘지속적 업무 저성과자’ ‘비위행위자’ 등에 대한 재고용을 강제하지 않는 내용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롯데그룹은 국내 기업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과반 근로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행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정년을 65세로 늦출 경우 연평균 1000명의 고용이 연장되고, 이는 신규 채용 인원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요 기업은 한목소리로 근로자 성과를 감안한 자율적 퇴직 후 재고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06년 65세까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했지만, 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의 선택권을 기업에 부여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고용 확보 조치를 실시한 일본 기업은 99.9%에 달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