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요타그룹 계열 세계 2위 차량 부품사 덴소가 전력반도체 업체 롬에 대한 인수 제안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전력반도체업계 재편은 롬과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등 3사 통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덴소는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 2월 롬에 1조3000억엔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롬의 찬성을 얻지 못해 제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앞서 덴소의 인수 제안에 롬은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한 특별위원회가 찬반을 검토해왔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확산으로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덴소는 내다봤다. 특히 전력을 효율적으로 변환하는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심장인 모터 성능을 좌우한다. 롬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강자다.
롬은 그러나 덴소에 인수되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치우쳐 자사가 성장을 기대하는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등 다른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덴소와 경쟁하는 차량 부품사와의 거래 관계도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롬은 덴소의 인수 제안과 별개로 3월부터 도시바, 미쓰비시전기와 전력반도체 사업 통합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2024년 매출 기준 롬의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5%로 12위였다. 미쓰비시전기가 4.6%로 4위, 도시바는 2.6%로 10위다. 3사가 통합하면 9.7%로 독일 인피니언(17.4%)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른다.
미쓰비시전기는 중국 기업의 저렴한 고품질 전력반도체 판매 확대에 위기감을 느껴왔다. 롬 및 도시바와 통합 협의에 참여해 생산 비용 절감과 개발 역량 강화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전력반도체는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이 강했지만, 중국 회사가 부상하면서 과잉 생산되고 있다.
도시바의 목표는 재상장이다. 도시바는 2023년 상장폐지 이후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외부 제휴를 모색해왔다. 도시바는 가전과 전기차 등 저·중전압에, 미쓰비시전기는 철도와 송배전망 등 고전압 분야에 강점이 있다. 롬은 차세대 제품의 일관 생산이 특기다. 3사 통합은 도시바 재상장을 위한 한 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