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사진)이 한국 제조업의 명운이 걸린 인공지능 대전환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총력전에 돌입했다. 신기술 도입을 넘어, 고령화로 숙련공의 기술을 AI로 자산화하고 공장을 AI화해 제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파격적인 성과 보상 체계를 가동하고 조직 내 ‘가짜 일’을 걷어내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중동 전쟁보다 더 무서운 AX 전쟁
김 장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M.AX 특강 및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모인 직원들에게 “제조업의 AI 전환(AX)의 골든타임이 왔다”며 “제조업 AX는 지역·기업·대학 등 모두가 함께 뭉쳐야 가능하다”고 했다. M.AX란 김 장관이 지난 9월 대한상의와 함께 구축한 ‘제조업의 AI 전환’ 산학연 협력체다.
김 장관은 “M.AX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우리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조직이 될 것인가. 단지 슬로건에 불과할 것인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산업부는 M.AX를 하는 조직이자,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 마음으로 모두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M.AX는 제조업 생산 현장 전반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판단하는 AI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과 AI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전략 '투 트랙'으로 나뉜다.
현재 M.AX에는 1400여개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AI 반도체,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AI 팩토리 등 10개 분과로 나뉘어있다. 김 장관은 “관세 협상이 끝나면 모든 시간을 M.AX에 투입할 것”이라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M.AX를 강조하는 이유는 제조업의 AI 전환이 ‘중국의 제조업 굴기’를 극복하고 '제조국가 한국'의 운신을 확보할 유일한 기회라고 여겨서다. 현재 1분기 중국산 전기차 국내 판매량이 30%를 넘어서는 등 중국의 국내 시장 공습이 가시화하고 있다. OLED와 반도체 등 우리가 격차를 가진 분야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히고 있다.
이에 김 장관은 '전쟁 추경' 와중에서도 M.AX 예산을 따내는 등 전력투구에 돌입했다.
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전쟁이라면, M.AX 전쟁은 ‘우리가 직접 참전한 전쟁’”이라며 “패배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김 장관은 특히 M.AX의 핵심이 현장 숙련자 경험 즉, ‘암묵지’를 데이터화하는 것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AI로 연구해 공정 혁신, 신상품 개발, 일자리 전환 등에 활용하자는 전략이다. 그는 양대 노총 위원장들과 만나 “M.AX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AX 늦으면 '해금령' 中, '잃어버린 40년' 日 된다
이어 김 장관과 산업부 직원들은 M.AX 산업단지AX 분과장인 박민원 국립창원대학교 총장의 강연을 들었다. 박 총장은 “현재 한국의 제조업 GDP 비중은 27%로 OECD 국가 중 세계 최강 수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청년층 종사자 역대 최저(45만 명)'와 '고령화'라는 심각한 위험 신호가 켜진 상태”라고 짚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M.AX 밖에 없고, 변하지 못하면 몰락밖에 없다는 게 박 총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변하지 못해 뒤처진 사례로 해금령(바다 통항 금지)이후 서양에 주도권을 내준 명나라말·청나라 중국과 인터넷·데이터 혁명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침체에 빠진 1980년대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과 중국 말고도 독일, 프랑스와 같은 기술·브랜드 강국이 우리의 새로운 라이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총장은 제조 혁신의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데모 다크 팩토리(DDF·사전 실증 무인 공장)’를 제시했다. 기존 스마트팩토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을 돕는 수준이라면, 다크팩토리는 AI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로봇이 실행하는 수준의 공장을 뜻한다.
박 총장은 “천궁 수출 실적이 UAE의 원유공급에 결정적 요인이 됐듯, 준비하면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현장 속도전' 파격 보상, 가짜일 없애겠다는 산업부
산업부는 M.AX 등 핵심 정책의 현장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조직 문화를 뜯어고치고 있다.이어 열린 ‘제2차 타운홀미팅 및 제1차 특별성과포상금 수여식’에서는 총 46명의 직원에게 68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및 한-미 조선업협력(MASGA) 정책을 만든 개인과 부서에 6800만원을 전달했다.
김 장관은 지난 5개월간 추진한 ‘가짜 일 줄이기’의 성과도 공유했다. 불필요한 출장과 대기성 야근을 줄이고 보고를 간소화한 결과, 직원 53%가 조직문화 개선을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형식과 관행에 묻혀있던 시간을 직원들에게 되돌려주고, 그 에너지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