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김정우는 문학수첩 신인작가상으로 등단한 뒤 첫 작품 ‘우는 소년’을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현재는 소설 창작에 집중하며 자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만난 김정우는 키 185cm의 큰 체구와 달리 차분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집은 최근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상태로 밝고 정돈돼 있었으며, 서재 한편에는 문학수첩 신인상 상패가 놓여 있었다.
최근 반연간 문학수첩 2026년 상반기호에 발표한 등단작 ‘우는 소년’에 대한 내용부터, 차기 원고에 대한 계획까지 설명하는 그는, 신인이라기보다 이미 자기 세계를 구축한 작가처럼 보였다.
등단작 ‘우는 소년’은 ‘잘 빚어진 항아리’ 같은 소설이다. 특히 문장들이 미문주의를 연상시킨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문장이나 이미지를 특별히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닌데 그런 소설이 나오곤 한다.
‘우는 소년’의 주인공은 젊은 나이에 내림굿을 받는다. 요즘 '혼모노'부터 무속을 다룬 한국문학이 많지만 ‘우는 소년’은 좀 더 복고적인 느낌이다. 무속을 다루면서도 인물의 언어가 자연스럽다. 이런 소설은 어떻게 써졌나?
구성을 짜거나 트렌드를 조사하고 글을 쓰는 편은 아니다. 어느 날 이런 인물이 마음속에서 올라왔다. 어떤 줄거리와 결말을 지닐지 모른 채 글을 썼다. 다만 세태성을 많이 지닌 인물보다는 좀 더 오래된 층위를 품은 인물을 다루고 싶었다. 초고를 완성하자마자 대학원에서 합평을 받았다. 그때 이장욱 교수님께서 문체에 대해 높이 평가해주셨다.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소설을 읽으면 작가가 ‘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법’에 능숙하다.
직접 말해지는 것은 조금 올드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이 소설 그 자체로 존재하고 소설 속의 인물이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는 소년’은 비교적 현실적인 서사이지만, 동시에 환상적인 감각도 강하다. 두 영역을 어떻게 조율하는가.
특별히 구분하지 않는다. 현실과 비현실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환상성이 강한 소설들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지금 집필 중인 장편소설도 그렇다. 기막힌 소설이다. 사실 아직 반도 완성하지 못했지만 ‘기막힌’이라고 굳이 방금 말한 것은 이렇게 말해 둬야 기막히게 글을 쓸 것 같아서. (웃음)
다른 차기작에 대해서도 조금 더 들려줄 수 있나.
많은 단편소설을 갖고 있다. 주로 청년의 실존주의나 고독에 대한 소설, 그리고 환상성이 강한 몽환적인 소설들이 많다. 영상매체의 흥미성을 문학이 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상매체가 따라잡을 수 없을, 오로지 문학만의 미덕이 발휘되는 좋은 소설들을 발표하고 싶다.
문학수첩 신인상 투고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8월에 문학수첩 신인작가상 응모 마감을 하고 9월 중순에 당선되는 꿈을 꿨다. 그래서 이번엔 내 차례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더라. 10월 중순까지 기다린 뒤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라고 생각하던 중 11월 초에 당선 연락을 받았다.

등단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목요일 점심시간이었다. 원래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받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심사위원께서 ‘우는 소년’이라는 소설 제목을 먼저 말씀하셨다. 전화를 끊고 많은 축하를 받으면서도 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당선이 취소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시상식 날까지 조용히 지냈다.
‘우는 소년’ 심사가 유난히 오래 걸렸다.
그렇다. 당선 통보 전화 때 나도 그렇게 물어보았다. 다른 분야는 당선자가 이미 나왔는데 단편소설에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심사를 세 번이나 치르느라 오래 걸렸다고 했다. ‘우는 소년’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사라지는데) 아마 문학수첩에 가서 이 소설을 밀어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웃음)
비교적 어린 나이에 등단했다. 등단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곧 불혹이라 소설 쓰기 딱 좋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등단을 하면 문학을 더 신중하게 대하게 된다고들 하던데 나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등단 전에도 최선을 다해 글을 대해왔기 때문이다.
인터뷰 제목에 “제일 잘생긴 소설가”라는 수식어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제일 잘생긴 소설가가 되고 싶다. ‘소설’이라는 주어를 꼭 넣어 달라. (웃음)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여러 번 읽게 되는 소설.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발견이 되는 소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설.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동안 어떠한 활동도 없이 많은 세월이 흘렀다. 연예계 활동 경험을 살려 소설을 써 볼 생각은 없는가?
그런 청탁이 오면 써 보겠다. (웃음.)
등단 이후 청탁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다.
등단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청탁은 실력과 운으로 받는 것이다. 문예지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다른 연락은 받지 못했다. 청탁이 들어오면 좋은 소설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청탁이 없으면 없는 대로, 나만의 속도로 욕심내지 않고 집필활동을 이어가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떠오른 것은 그의 말 “소설이 제일 잘생겼으면 좋겠다”였다. 이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구조를 또렷하게 세우려는 그의 창작 태도를 보여주는 문장으로 읽힌다.
등단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한 김정우가 앞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