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건의 빌딩 거래를 통해, 서울 대표 상권이었던 가로수길의 현재 주소를 진단해보려 합니다.
방송인 노홍철 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소재 빌딩을 법인 주식회사 더뮤로부터 152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더뮤는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법인으로, 해당 건물은 2024년 11월 방송인 강호동 씨로부터 166억 원에 취득된 바 있습니다.

취득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재매각이 이루어지면서, 매입가 대비 약 14억 원 수준의 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취득세, 금융비용, 법인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실질 손익 구조는 더욱 복합적일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1. 강호동 → 더뮤 → 노홍철, 세 번의 손바뀜이 말하는 것
이 건물의 거래 흐름은 가로수길 상권의 사이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전성기의 진입 ? 강호동 (2018~2024년)
2018년 6월은 가로수길이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상권으로 평가받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메인 거리 임대료는 평(3.3㎡)당 월 100만~15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었습니다.
30평 규모 매장의 월 임대료가 3,000만~4,5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전국 최고 수준의 상권이었습니다.
약 6년간 보유 후 166억 원에 매각하면서 약 25억 원의 가격 상승을 실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승 국면에서의 안정적인 투자 회수 사례로 평가됩니다.
▶ 침체 국면의 부담 ? 더뮤 (2024~2026년)
이후 건물을 인수한 더뮤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 매각을 선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가로수길 상권이 단기 회복보다 구조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변화가 조기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시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로수길 임대료는 전성기 대비 상당폭 조정됐으며, 공실률 역시 서울 주요 상권 중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역발상의 진입 ? 노홍철 (현재)
새로운 소유주가 된 노홍철 씨는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보유 부동산을 공동 담보로 활용한 정황도 확인됩니다.
공실률이 높은 시점에서의 매입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역발상 투자’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결국 이번 투자의 성패는 가로수길 상권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2. 가로수길은 왜 약해졌는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설
2000년대 중반 가로수길은 소규모 카페와 편집숍, 디자이너 브랜드가 형성한 개성 있는 골목 상권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임대료가 창의적인 임차인을 끌어들였고, 그 정체성이 소비자를 모았습니다. SNS 확산과 함께 상권 인기는 급격히 상승했고, 이후 대형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였습니다.
임대료 상승으로 초기 상권을 만들었던 임차인들이 이탈했고,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거리 고유의 매력이 약화됐습니다. 유동인구 감소와 공실 증가가 이어지며 상권 경쟁력이 점차 약화됐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설’이 나타난 전형적 흐름입니다.
3. 가로수길 침체의 세 가지 구조적 원인
① 금리와 수익률의 역전
현재 일부 상업용 빌딩은 임대수익률이 금융비용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대출 비중이 높은 투자 구조에서는 현금흐름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습니다.
② 오프라인 리테일 구조 변화
의류·잡화 중심 상권은 온라인 소비 확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습니다. 이제 오프라인 공간은 판매보다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진화해야 하지만, 높은 임대료 구조는 새로운 실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③ 상권 이동과 경쟁 심화
성수동과 도산공원 일대가 새로운 소비 중심지로 떠오르며 유동인구가 분산되고 있습니다. 같은 강남권 내에서도 상권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배준형의 투자 처방
이번 사례는 빌딩 투자자에게 세 가지 교훈을 남깁니다.
첫째, 핫플레이스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명성보다 현재의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둘째, 레버리지는 관리 대상입니다.
임대수익률이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상권의 뿌리를 보십시오.
배후 주거지, 상주 인구, 접근성, 소비력 같은 구조적 요소가 장기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이번 가로수길 빌딩 거래는 단순한 유명인 부동산 뉴스가 아닙니다.
서울 핵심 상권조차 시대 변화와 소비 구조 전환 앞에서는 끊임없이 재편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상권의 미래는 ‘이름값’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요 구조가 결정합니다.
그리고 빌딩 투자의 성패는 결국 가격이 아닌 현금흐름 관리 능력에서 갈립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 본 기고문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