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현대인에게 2시간짜리 영화 정주행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출퇴근길 지하철을 둘러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요약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시간도 아끼고 최근 화제되는 작품의 내용을 손쉽게 알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영상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영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러한 요약 영상들은 대상 드라마나 영화의 좋은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권리자들이 직접 소위 리뷰 전문 유튜버에게 리뷰 영상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권리자의 허락이 있으므로 권리 침해의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권리 허락이 없는 경우다. 이러한 영상들은 과연 법적으로 안전한 것일까?
원칙적으로 타인이 만든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허락 없이 편집하고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입히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저작권자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인 ‘2차적 저작물작성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뷰 유튜버가 본인의 독창적인 해석을 더하거나 재미있는 편집을 하였더라도 원작자의 허락이 없는 원저작물의 이용 행위는 저작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튜브에 널린 그 수많은 리뷰 영상들은 모두 불법일까? 언제나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리 저작권법은 일정한 경우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저작권법 제35조의 5는 공정이용 조항을 두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뷰 영상이 단순한 줄거리 요약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이 주된 것이라면 적법한 이용에 해당할 여지가 생긴다.
문제는 이러한 경계를 넘을 때 발생한다. 단순히 ‘결말 포함’ 형태의 요약 영상이나 드라마 전편을 압축한 이른바 ‘몰아보기’ 영상은 비평보다는 철저히 ‘줄거리 전달’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하려면 인용 목적이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과 같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것이어야 하고 ‘공정이용’에 해당하려면 원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을 나타내도록 변형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는 모두 시장이나 ‘원작의 시장 수요를 대체하거나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를 고려 요소로 하고 있다.
만약 요약본만 봐도 결말까지 다 알게 되어 사람들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원작을 보지 않게 된다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나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영화를 10분 내외로 요약한 ‘패스트 영화(Fast Movie)’ 유튜버들에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영화 리뷰는 대중에게 원작을 알리는 순기능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요약본이 원작을 감상하는 경험 자체를 대체해 버린다면 이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콘텐츠 소비가 갈수록 빠르고 짧아지는 시대,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대중의 자유로운 콘텐츠 향유 사이에서 건강한 균형점을 고민해야 할 때다.
최자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