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거 검찰을 중심으로 폐지 여론이 거세지며 폐지 문턱까지 이르기도 했으나 고발 남용과 검찰의 비대한 권한 행사, 업계의 경영 위축 우려 등이 설득력을 얻으며 현행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전속고발권에 대한 보완으로 이미 2014년부터 검찰청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 감사원, 조달청 등에 ‘의무고발요청권’을 부여해 공정위의 소극적인 법 집행을 견제해 왔다. 최근 논의되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 개편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바에 따르면 국민 300명이나 사업자 30개 이상이 동의할 경우 공정위 고발 없이도 기소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두는 방향이 제시됐다.
또한 기존 4개 부처에 국한되었던 의무고발요청권을 17개 광역시 및 226개 기초지자체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전속고발권의 근간을 흔드는 파격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형사 처벌과 직결되는 고발권의 확산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자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나 법적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상당한 경영 리스크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금의 개편 논의가 법 집행의 실효성 제고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고발 남용의 부작용이 클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고발 통로를 넓히려는 근본 원인은 공정위가 그동안 충분한 법 집행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불신에 있다. 물론 고발의 문턱을 낮추면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사전 예방 및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분명하다. 첫째로 시민단체의 집단 고발이나 지역 민원에 기반한 지자체의 고발이 남용될 경우 기업은 본연의 경영활동보다 법적 방어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두 번째로 전문성 확보의 문제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복잡한 공정거래 사안을 판단할 전문성과 인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고발은 결국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 행위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단순히 고발 통로를 넓히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고발권 폐지에 앞서 다음과 같은 보완책이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먼저 공정위의 책임과 법 집행 강화가 필요하다. 공정위가 부여된 권한을 엄격히 행사하도록 하고, 기존 의무고발요청 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 필터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국민이나 지자체의 고발권이 도입되더라도 그것이 ‘전략적 괴롭히기’나 ‘무분별한 고발’이 되지 않도록 사건의 성립 여부를 사전에 스크리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법적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가이드라인 제공 등의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양날의 검이다. 불공정 거래 척결이라는 명분은 정당하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결여된다면 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발권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공정거래 전문 부처인 공정위가 보다 엄격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보다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보완책 설계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공정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합리적인 방향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