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결국 훌륭한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팀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차 종전 협상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이란, 협상팀 보낼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지난 47년간 다른 (미국) 대통령들이 해야 했을 일을 해낼 수 있는 매우 유리한 협상 위치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나는 좋은 합의가 아니라 훌륭한 합의를 성사하고 싶다"며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휴전 만료 전 합의가 불발될 경우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것이 (협상에서) 더 나은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미군은 당장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휴전 기간을 이용해 미군이 탄약 등 전쟁 물자 재고를 보충했고 이란도 재고를 어느 정도 보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미군이 나포한 선박에 실린 물자가 중국이 이란으로 보내는 '선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어떤 물건을 실은 배 한 척을 나포했는데 그 물건은 별로 좋지 않은 것이었다"며 "아마도 중국에서 보낸 선물일 수 있다.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 놀랐다"며 "나와 시 주석(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좋은 관계이고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괜찮다"며 "전쟁이란 원래 그런 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선박의 나포 위치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날 밤 미군이 인도태평양에서 이란과 연계된 제재 대상 선박을 나포했다고 발표한 점에 비춰볼 때 이를 가리켰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해상 봉쇄에 나선 것과 관련, "우리는 그들을 매우 성공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봉쇄 작전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합의하면 "다시 강력한 국가, 훌륭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21일 오전에는 이란이 "휴전 협정을 다수 위반했다"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특별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슬라마바드에 美 대표단 도착
미국과 이란은 휴전 시한을 앞두고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종전 협상을 시도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대표단이 협상단으로 참여한다. 알자지라는 "지난 3일간 최소 9대의 미국 항공기가 파키스탄에 착륙하여,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협상단이 사용할 인력과 장비를 수송했다"고 보했다. 다만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 핵심 인력은 아직 워싱턴에서 출발하지 않았다고 액시오스 등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한국시간 22일 오전 3시 기준). 이란 측이 협상에 참여할 경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 7일 '2주 휴전'에 합의하면서 당초 오는 21일이 휴전 시한으로 여겨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휴전이 미 동부시간 기준 22일 저녁(한국시간 23일 오전)까지라고 말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휴전 시간을 하루 벌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이란이 2차 협상에 응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알자지라 방송은 "중재 노력에 관여하는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이란이 수요일(22일)까지 협상단을 파견할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희망을 품고 있지만, 지난 48시간 동안 미국이 취한 일련의 강경 조치들로 인해 화요일(21일) 저녁 무렵에는 이슬라마바드의 평화 중재 노력에 회의적인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협상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은 "진행 중인 일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24시간 사이에도 상황이 10번이나 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가 이란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하지 않은 것은 이란 측에서 협상 참가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란, 호르무즈 통행세 부과법안 속도조절
한편 이란 프레스TV는 국회(마즐리스)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명시한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가결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확립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 법안은 통행세 부과를 위한 근거를 담고 있다. 본회의 토론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행세 부과를 공언하고, 관련 상임위에서 이 작업을 시작한 지는 벌써 수 주가 지났다. 앞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지난 9일 내놓은 메시지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를 "반드시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회가 이를 몇 주일 동안 통과시키지 않고 늦춘 것은 통행세가 협상 가능하다는 신호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보고서를 인용해 해협 통행료로 선박 한 척당 200만달러를 부과하더라도 이 금액이 전 세계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배럴당 0.05~0.4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 통신사는 "페르시아만 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것보다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