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시드니 도심 한복판에서 노숙인이 숨진 채 방치됐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이를 알아채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현지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팔 출신 비크람 라마(32)는 지난해 12월 7일 시드니 세인트 제임스 역 출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라마는 과거 유학생으로 호주에 건너왔지만 비자 만료로 체류 자격을 잃은 뒤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했다. 이후 거리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인근 하이드 파크 주변 덤불에서 노숙 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초 이어진 폭염 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끝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곧바로 알려지지 않았다.
호주 대중교통 이용 기록인 ‘오팔 시스템’에 따르면 라마가 숨진 이후 세인트 제임스 역을 이용한 인원은 약 10만명에 달했지만 아무도 그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다.
라마의 시신은 약 일주일이 지난 뒤인 같은 달 7일 정오께 역무원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은 오랜 시간 그의 소식을 기다려왔다. 지난 2013년 농지를 팔아 유학을 지원했지만 연락은 점차 끊겼고 7년 전 완전히 두절됐다. 결국 가족들이 받은 소식은 아들의 사망이었다.
인권단체와 현장 활동가들은 이번 사건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라마는 사회에서 완전히 지워진 ‘투명 인간’과 같은 존재였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아무런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