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전자, 자동차 중심인 경제 협력 범위를 조선, 원전 등으로 넓히고 핵심 광물 등 글로벌 공급망 분야에서 공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한·인도 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불확실성의 시대에 양국이 상호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는 15건의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한·인도 CEPA 개선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장관급 경제협력체인 산업협력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250억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 규모를 2030년 50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핵심 광물, 청정에너지 등 전략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李 "CEPA 개정해 교역 확대"…모디 "10년 성공 스토리 만들자"
모디 총리와 공동 발표…글로벌 공급망 위협에도 공조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 정상회담에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두 정상의 인식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양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중동 사태로 인한공급망 위협에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모디 총리와 공동 발표…글로벌 공급망 위협에도 공조
◇李 “CEPA, 새 통상 규범 반영”
이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기존 경제 협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한편 조선, 금융, 인공지능(AI), 국방·방산을 비롯한 전략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고 문화와 인적 교류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한·인도 CEPA 개정을 통해 교역 허들을 낮추고 전자·자동차 위주이던 산업 협력은 첨단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한·인도 CEPA는 2010년 발효됐다. 양국 교역 규모가 2010년 171억달러에서 지난해 257억달러로 커지는 데 기여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무력화,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을 겪으며 양자 간 무역 협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인도가 여러 나라와 공격적인 FTA 체결에 나서자 한국에서도 CEPA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양국은 내년 상반기 타결을 목표로 CEPA 개정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중요한 시장을 이 상태로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한 통상 환경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신(新)통상 규범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조속히 개선하기로 했다”고 했다. 모디 총리는 “양국은 앞으로 10년간 성공 스토리를 써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급망, 생존의 과제”
이날 정상회담 결과물로 ‘한·인도 공동성명’과 함께 ‘에너지 자원 안보 공동성명’을 부속서로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정세를 고려해 에너지 자원과 나프타 등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력도 지속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 나프타 등 원유를 활용한 석유제품의 개방적 무역에 협력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주요 소비국으로서 긴밀히 공조하자는 내용을 담았다.양국은 원전·재생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장관급 협의체인 산업협력위원회가 조선, 원전, 핵심 광물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타임스오브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광물과 관련해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은 양국 경제 안보와 직결된 생존 과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과거 방식을 넘어 인도의 광물 채굴, 제련산업에 한국의 기술을 결합한다면 양국이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강점을 결합한 전략산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조선·항만 분야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날 양국 정부는 15개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는데 ‘항만 협력 양해각서(MOU)’가 이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만든 선박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2047년까지 글로벌 조선·해운 5대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델리=한재영 기자/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