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시흥시가 인공지능(AI)을 행정 전반에 본격 도입하며 ‘AI 혁신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무원의 반복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에게는 더 빠르고 정확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자체 생성형 AI 시스템 구축부터 전 직원 교육, 시민 체감형 서비스 확대까지 행정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11종 AI 탑재한 ‘시흥지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 3월 내부 행정망에 도입한 생성형 AI 통합 시스템 ‘시흥지니’다. 시흥지니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11종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문서 작성, 보고서 초안 작성, 민원 답변, 자료 조사, 데이터 분석, 발표자료 생성 등 다양한 행정 업무에 활용된다.기존에는 통계자료를 정리하거나 기관 대상 발표자료를 준비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시흥지니 도입 이후 업무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새올행정시스템과 연동돼 별도 로그인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능을 적용해 보안 기능을 강화했다. 행정 현장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복지 분야에서는 AI 도입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복지 시스템을 통해 상담 과정에서 수급 자격 판정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됐고, 필요 서류 목록도 자동으로 출력된다. 그 결과 상담 시간이 기존 약 20분에서 5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복적인 행정 절차를 줄여 시민 만족도까지 높인 대표 사례로 평가됐다.
◇‘AI 잘 쓰는 공무원’ 양성
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공무원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초 교육부터 심화 과정, 전문가 과정, AI 자격증 과정까지 단계별 교육 체계를 운영한다. 보고서 자동 작성, 민원 처리, 데이터 시각화, 바이브코딩 등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AI를 아는 공무원’이 아닌 ‘AI를 잘 활용하는 공무원’을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직원이 직접 AI 활용 경험을 공유하는 내부 문화도 함께 조성한다. 생성형 AI 활용 게시판을 통해 업무 개선 사례와 프롬프트를 공유하고, 높은 추천을 받은 사례는 연말 AI 경진대회로 이어진다. 신규 공무원이 개발한 공문 작성 실습 프로그램과 문서 배부 자동화 프로그램 등이 직원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4시간 일자리 상담사 도입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도 확대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24시간 AI 일자리 상담사 ‘시흥-온’이다. 시민 누구나 대화형 방식으로 맞춤형 일자리를 추천받을 수 있으며, 청년 창업, 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정보까지 한 번에 안내받을 수 있다. 어르신을 위한 음성검색 기능과 외국인을 위한 영어·중국어 검색 기능도 함께 적용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외국인 주민이 많은 정왕본동 행정복지센터에는 AI 민원 안내 키오스크도 도입한다. 생활정보부터 교육·취업, 보건·복지, 출입국, 안전 정보까지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로 제공해 언어 장벽으로 행정 접근이 어려운 외국인 주민의 불편을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시흥시는 올해 초 ‘AI 혁신도시 3개년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조례까지 마련했다. 행정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산업과 시민 서비스 전반으로 AI 기반 혁신을 확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행정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를 확대해 전국 대표 AI 혁신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시흥=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