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간 종전 협상이 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통제권 확보에 대한 의지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미국은 이란 선박을 나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두 국가 간 입장 차도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측 협상단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저녁 파키스탄에 도착해 다음날 회담에 나설 계획이지만, 이란은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협상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중재한 양국 간 2주 휴전은 21일 밤 종료된다.
대이란 압박 최대수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2차 종전 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대이란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올리고 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와 교량 등을 파괴하는 공습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하며 초기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만만에서 미국의 해상 봉쇄를 돌파하려던 이란 국적 선박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20척 이상의 이란 관련 선박을 차단해 왔지만, 무력을 사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오늘 길이가 약 900피트(약 275m)이고 항공모함만큼 무게가 나가는 ‘투스카’라는 이름의 이란 화물선이 우리의 해상봉쇄를 뚫으려 했고 잘 안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가 오만만에서 투스카를 가로막고 정지하라는 정당한 경고를 했으나 이란 선원들이 응하지 않았고 우리의 해군 군함이 기관실에 구멍을 내 멈추게 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금 미 해병대가 그 선박을 잡고 있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이란 화물선이 불법활동 이력으로 미 재무부의 제재 목록에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 통신은 미국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반복하고 있으며 입장을 계속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생산적인 협상 전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선박 나포와 관련해서도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대변인은 국영매체를 통해 미군의 발포가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곧 대응하고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 군함에 무인항공기(UAV)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美-이란 협상 평행선
근본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통행 재개, 최소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기존 농축 우라늄 재고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사일 개발 제한과 중동 내 대리 세력 지원 중단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현재 협상의 핵심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반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전면적인 제재 해제, 보다 짧은 농축 중단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WSJ은 이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여전히 우라늄 농축 문제라고 짚었다. 미국은 당초 영구 중단을 요구했으나 최근에는 20년간 중단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다소 유연해졌다. 이는 농축중단 기간이 10~15년이었던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와 유사한 결과로 비칠 가능성을 피하려는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
최근에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란이 10년간 농축을 중단한 뒤 이후 10년간 제한적으로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양측은 우선 기본 합의 틀에 해당하는 양해각서(MOU)가 마련되기만 한다면 향후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 세부 협정을 협상한다는 계획이다.
양측 모두 혼선 보여
최근 협상 진행 상황을 둘러싸고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됐고 이란이 대부분 요구를 수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다음 날 선박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민간 정부와 혁명수비대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외무장관이 해협 개방을 언급한 직후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다만 협상 관계자들은 이러한 갈등이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이란은 여전히 협상 의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종전 협상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도 제외할 순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이란이 이전 협상에서도 강경 발언 이후 협상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이날 인터뷰에서는 협상 결과에 대한 낙관론을 폈다. 그는 “괜찮게 느끼고 있다. 합의의 기본틀이 잡혔다. (협상 타결을) 완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