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혁신 신약 기업들이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대거 몰리고 있다. 자금 조달과 투자비 회수 압박 속에 기업 공개(IPO) 창구가 다시 열리면서다. 기업 간 경쟁과 거래소의 선별 기준 강화 움직임도 보인다.
20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홍콩거래소에서 제약사 마이웨이생물은 상장 심사를 통과하며 ‘A+H’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같은 날 훼이룬의약과 빈후이생물도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3월 한 달 동안만 14개 제약·헬스케어 기업이 상장 신청서를 냈다. 이 중 8곳이 적자 상태 바이오기업 상장을 허용하는 ‘18A’ 규정을 활용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18년 홍콩거래소가 적자 바이오기업 상장을 허용한 이후 이어진 구조적 변화의 연장선이다. 혁신 신약 IPO는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2022~2024년 둔화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5년에는 총 29개 제약기업이 홍콩에 상장했고, 이 중 16개가 18A 트랙을 통해 상장했다.
시장 환경도 상장 러시를 자극하고 있다. 2025년 혁신 신약 관련 주가가 반등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IPO 성과가 개선됐고, 투자자 수요도 회복됐다. 실제로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일부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IPO 대기 기업 수가 급증하면서 시장 수용 능력과의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홍콩거래소에 접수된 IPO 신청은 409건에 달하며, 이 중 약 4분의 1이 제약·헬스케어 분야다.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이 기본 체력 대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단순한 상장 확대가 아닌 구조적 재편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 데이터, 기술 차별성, 사업 모델 등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다만 모든 기업에 상장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홍콩거래소가 더 높은 혁신성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상장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혁신 신약 기업들의 상장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1년 투자 붐 이후 투자비 회수 시점에 도달한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IPO는 사실상 필수 경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임상 비용 부담이 큰 산업 특성상,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사업 지속의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또한 홍콩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와 중국 본토 투자자를 동시에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다. 해외 투자자의 평가가 기업 가치 산정 기준으로 작용하고, 이를 통해 본토 시장에서도 재평가가 이뤄지는 구조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시장 선별 기준의 추가 강화 여부다. IPO 창구는 열려 있지만, 임상 성과와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은 상장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혁신 신약 기업들은 단순한 상장 추진을 넘어, 투자자 설득력을 갖춘 ‘질적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