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점자가 익숙하지 않은데 점자를 잘해야만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 앵커 출신 허우령 아나운서가 지난 17일 국립서울맹학교 종로 캠퍼스를 찾아 중·고등학생 100여 명 앞에서 꺼낸 말이다. 넷플릭스가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토크 콘서트 '내 목소리가 길이 될 수 있어'를 연 자리였다.
넷플릭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교육 프로그램을 파트너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운영하며, 시각장애인의 콘텐츠 접근성 확대는 물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화면해설 제작 과정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직업적 기회 제공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은 오는 5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멘토링 토크 콘서트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화면해설 나레이터의 직업 세계를 소개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우령·김재원 아나운서가 멘토로 나섰다. 세 사람 모두 목소리로 길을 낸 인물들이다. 서미화 의원은 "시각장애인으로서 학교에 다니는 게 쉽지 않았다"며 "그때마다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우령 아나운서는 "정해진 길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나만의 방식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허우령 아나운서는 넷플릭스 화면해설이 자신의 세계를 바꿨다고도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된 이후 여행 콘텐츠에는 무관심했는데, 넷플릭스의 화면해설을 통해 비로소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허우령·김재원 아나운서가 직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바다' 화면해설 녹음 과정을 시연하며 학생들에게 화면해설 나레이터라는 새로운 진로를 소개했다.
질의응답에서는 나레이터 준비 과정과 발성 훈련법 등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목소리가 전문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