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봇 연구의 걸림돌이 AI나 데이터가 아니라 중국 로봇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현장에서 중국산 로봇이 자주 고장 나기 때문이다. 가격, 기술 등의 이유로 미국은 중국 로봇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오전 미 버클리대 휴머노이드 센터 ‘EMBER 연구실’. 연구용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학 책상 위 전동 드라이버 같은 공구와 함께 로봇의 오른쪽 다리가 놓여 있다. 고장 난 로봇을 수리하는 장소다.
박사 후 연구원(포닥)으로 재직 중인 중국인 A씨는 “로봇이 고장 나면 연구가 지체되기 때문에 작은 고장은 연구원들이 직접 고쳐 쓰고 있다”며 “주로 중국 로봇을 많이 쓰는데, 수리를 보내면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포닥은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기관에서 연수 받는 연구자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센터에서 매주 크고 작은 로봇 고장이 발생한다. 그런데 수리에 오랜 시간이 걸려 연구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휴머노이드 연구의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나 AI 기술이 아니라 연구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로봇 고장인 셈이다.
로봇은 현재 초기 산업이라 부품 규격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 인력도 부족해 수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신모델이 나오면 이전 연구는 가치가 떨어진다. EMBER 소속 한 연구원은 “미국 기업이 만든 로봇도 수리에 몇 달은 각오해야 하고, 중국으로 보내면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수천만 원을 웃도는 로봇을 예비용으로 여러 대 사둘 수도 없다. 중국 유니트리의 G1도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당 약 1만3500달러(약 1992만원)다. 또 로봇의 키·관절 위치 등 규격이 바뀌면 기존 제어와 학습이 통째로 흔들려서 다른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 결과 연구원들은 세부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공구 박스를 들고 다니는 휴머노이드 수리 전문가가 됐다. 휴머노이드용 AI 모델을 연구하는 한 박사 과정생은 “우리 연구 분야에서 컴퓨터만큼 중요한 것이 공부 박스”라며 “잔고장은 직접 고친다”고 말했다.
미국은 로봇 연구 과정에서 중국 로봇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휴머노이드 두뇌 격인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지만 몸체 부문의 가격·기술 면에서 중국에 밀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하드웨어 부족으로 연구에 문제가 생기고 중국과 경쟁에서도 뒤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버클리대 한 휴머노이드 랩실에는 로봇 연구자 11명 중 10명이 중국인이었다.
앞서 19일(중국 현지 시각) 중국 아너 휴머노이드 샨뎬이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2회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50분 26초로 우승했다. 100m를 약 14초대에 달린 것으로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7분 20초)보다 빠른 수치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