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상선에 한해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빗장을 닫아걸었다. 미국도 이란의 해협 재봉쇄에 대응해 더 강력한 카드를 검토하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18일(현지시간) 이란과 교역하는 선박에는 봉쇄 조치를 유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해협을 지나려던 유조선 등을 향한 공격도 잇달았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주변 인프라를 침략적 군사작전에 사용한 이후부터 (상선의) 무조건 통과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도 이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SNS에 “미국 대표단이 협상을 위해 내일 저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다”며 “그들(이란)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봐주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공해상에서 이란과 교역하는 선박을 나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이 약속한 휴전 시한은 21일이다.
해상 재봉쇄로 돌아선 이란…트럼프 "합의 불발시 인프라 파괴"
호르무즈 다시 닫은 이란…美와 '기싸움'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한다”고 글을 올렸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은 반신반의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X(옛 트위터)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 항행을 전면 허용한다”는 글을 올리자 시장은 환호했다. 종전이 코앞에 닿은 듯이 보였다.호르무즈 다시 닫은 이란…美와 '기싸움'

◇하루 만에 급반전
하지만 해빙 무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SNS 게시물 8개를 잇달아 올리면서 이란에 대한 승리를 강조하자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이란 농축 우라늄은 국토만큼 신성하고 주권과 분리할 수 없다”며 “어디로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이란 매체 텔레그램에는 갑작스러운 지도부 태도 변화에 “설명을 요구한다”는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메흐르통신은 “외교장관의 추가 설명 없는 트윗(X 게시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실을 넘어 자신을 승자로 선언할 최고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휴전 협상은 외교부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는 글을 텔레그램 상단에 고정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아라그치 장관 등 외교라인의 ‘타협’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역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프랑스, 영국 국적 선박을 공격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18일(현지시간) 선박 두 척이 피격됐다는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사이드 카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차관은 19일 AP통신에 “미국과의 새로운 대면 협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미국이 수용 불가능한 ‘과도한 요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주가 분수령
미국은 협상과 압박 카드를 동시에 활용 중이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JD 밴스 부통령 등이 참석하는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낙관적 태도를 유지했으나 이란이 본격적으로 해협 폐쇄에 들어가자 대응 전략을 논의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백악관은 현재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경제적 분노’에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에 도움을 주는 선박 나포 작전을 준비 중이다. 이란도 이런 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멘 후티반군은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막을 수 있다는 위협을 재개했다.
물밑에서는 여전히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감지된다. 중재를 맡고 있는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 내 협상 관련 장소 보안을 대폭 강화하며 2차 협상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2차 협상은 이르면 한국시간으로 21일 오전께 시작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SNS에 “미국 대표단은 내일 저녁 협상을 위해 이슬라마바드에 머무를 예정”이라며 “우리는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들(이란)은 빠르고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박도 이어갔다. 그는 “이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은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모든 다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이제 이란의 ‘살상 기계’를 끝낼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양측 견해차가 여전히 큰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20년 이상 금지와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은 이란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내용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1차 회담 때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양측 모두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아 최종 합의까지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손주형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