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가 생활용품과 식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은 다이소를 의식하듯 대형마트들이 PB 가격을 바닥까지 낮추고 있다. 1000원 커피와 980원 두부, 4980원 스팀다리미까지 등장하면서 대형마트가 식품 유통채널을 넘어 ‘생활형 초저가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는 5000원 이하 상품군을 묶은 ‘5K프라이스’를 키우고 있고, 홈플러스는 ‘심플러스’ 1000원 상품으로 맞불을 놨다. 롯데마트도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전면에 내세운 ‘PB 페스타’로 참전했다.
"PB 상품값 바닥까지 낮춰라"…경쟁 불 붙어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8월 5000원 이하로 가격을 묶은 초저가 PB '5K프라이스'를 선보인 뒤 지난달 127종을 추가하며 총 353종으로 라인업을 넓혔다. 대표 상품인 두부(400g, 980원)와 콩나물(400g, 980원)은 초저가 식재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마트는 5K프라이스를 식품에 그치지 않고 주방용품, 청소용품, 소형가전까지 확장하며 ‘5000원 이하 생활필수품’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 앞세운 것도 아니다. 이마트는 중국 공장을 발굴해 4980원 스팀다리미를 선보이고, 인도산 원료를 활용한 감자튀김 등 해외 직소싱 상품도 늘리고 있다. 단순 초저가가 아니라 품질 검증을 거친 상품으로 PB 전반의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5K프라이스가 이마트에브리데이까지 확산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롯데 '1880원 우유', 홈플 '1000원 아메리카노'
롯데마트는 PB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이달 29일까지 ‘PB 페스타’를 열고 ‘오늘좋은 데일리우유(1L)’를 1880원에, 일부 과자를 500원대에 판매하는 등 먹거리와 생필품 할인 폭을 키웠다.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합친 롯데마트 PB 매출은 지난해 11.4% 증가했고, 올해도 지난 12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었다. PB를 단순 보조 상품이 아니라 집객과 매출을 함께 견인하는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행사형 초저가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진행하는 할인 행사에서 PB ‘심플러스’ 아메리카노(500㎖), 콩나물, 감자칩, 보리차 등을 1000원에 선보였다. 국산콩 두부는 3490원, 태국산 계란 30구는 5890원, 서해안 꽃게는 100g당 990원에 판매하는 등 신선식품으로도 초저가 범위를 넓혔다. 완구와 침구류 등 비식품군 할인도 함께 내걸며 생활 전반의 가성비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들, 싸고 믿을만한 상품 찾아
업계에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전략이 조금씩 다르다고 본다. 이마트가 구조형 초저가 PB를 넓히는 데 주력한다면, 홈플러스는 1000원 상품 중심의 체감 할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롯데마트는 PB 브랜드 자체를 키우면서 균일가형 상품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공통점도 뚜렷하다. 고물가 국면에서 소비자들이 무조건 싼 제품만 찾는 게 아니라 ‘싸고 믿을 만한 상품’을 찾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할인 행사로 손님을 잠깐 끌어오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PB를 통해 아예 장보기 기준 가격을 다시 짜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초저가이면서도 품질이 검증된 상품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마트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는 기자가 직접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실제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까지 함께 짚습니다. 단순 가격 나열이 아니라 '왜 올랐는지, 무엇이 팔리는지, 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풀어내는 데 초점을 둡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