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진 고(故) 김창민 감독 사건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가 방송을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모 씨는 지난 17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고인이 되신 김창민 감독님한테 일단 진짜 사죄를 엄청 드리고 싶다"면서도 "제 입장에선 사실관계와 점점 더 멀어지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씨는 사건 발생의 원인을 고인에게 돌렸다. 그는 "술집에 가서 술 마시면서 떠들 수 있지 않나"라면서 고인이 먼저 욕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신은 곧바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했다. 무차별 폭행과 관련해서도 "3대만 때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의 주장은 현장 목격자의 증언 및 증거 자료와 차이를 보였다. 당시 이 씨와 동행했던 지인은 "수차례 폭행했다. (당시 폭행이) 굉장히 심각했다"며 이 씨가 뒤에서 피해자의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골목 안에서 두 명이 붙어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의 부상 정도 역시 "3대만 때렸다"는 이 씨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의료진은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맞아서 넘어지며 땅에 부딪힌 것"이라면서 "뼈가 골절될 정도의 강력한 외력이 가해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현장에는 고인의 중증 발달장애 아들이 함께 있었다. 한 목격자는 "아기가 아빠 끌려갔으니까 여기서 소변 두 번 누고. 그 아기는 불안하겠지"라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 감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폭행으로 인한 뇌출혈로 인해 뇌사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초 가해자들 중 이 씨만 피의자로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완을 요구하며 반려했다.
경찰은 검찰이 요구한 보완수사를 통해 상해치사 혐의로 이 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고, 피의자들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유족들은 가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렸고, 해당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검찰은 검사 3명과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15일 이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은 폭행 당시 CCTV에 가해자 일행이 최소 6명이 등장함에도 단 1명만 피의자로 송치됐다가 유가족의 항의와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1명이 추가로 특정되는 등 초동 수사의 미진함을 지적하고 있다"며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가해자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참담한 현실에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불안도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차 수사에 대한 빈틈없는 보완으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 가해자들에게는 엄정한 처벌이 뒤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