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영자보다 개발자가 어울립니다. 다른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주세요.”넷플릭스 공동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리드 헤이스팅스(사진)가 1991년 첫 번째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 이사회에 한 이야기다. 스스로를 전형적인 엔지니어로 생각한 그는 사람을 다루고 세상 변화에 발맞춰 기업을 경영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16일(현지시간) 그가 6월 임기 종료와 함께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을 때 시장은 실망했다. 1997년 넷플릭스 창업 이후 30년간 경영하며 콘텐츠산업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날 넷플릭스는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한 순이익 등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시간 외 거래에서 9% 급락했다.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 예상치와 헤이스팅스의 퇴임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헤이스팅스가 이끄는 동안 넷플릭스는 비디오 및 DVD 렌털 체인에서 영화 스트리밍 회사, 각종 영상 콘텐츠 제작사로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가 경영자로서 약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변신을 거듭한 결과다. 지나친 마이크로매니징(사소한 것까지 통제)이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한 이후 최대한 결정을 적게 내리는 것을 경영 목표로 삼았다. 그 대신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최고 인재를 영입해 자신이 내려야 할 일상적 결정을 대신하게 했다.
넷플릭스 경영 시스템 중 하나인 키퍼 테스트가 대표적이다. 키퍼 테스트에서 각 팀장은 팀원이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진심으로 붙잡고 싶은지’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지’를 정기적으로 가정해야 한다. 여기서 후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없이 사표를 받고 새로운 팀원 영입에 나서야 한다. 개발자로서 헤이스팅스의 설계 능력이 조직 경영에 반영된 것이다.
그는 주주서한을 통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일은 회원 중심 문화와 지속 가능한 회사를 세운 것”이라며 “이제 새로운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 공동 최고경영자는 “역사를 만든 인물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