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2배 성장

17일 데이터분석 사이트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과 칼시의 거래 횟수는 1억1540만7290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3월 344만9405건 대비 33.4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거래액도 12배 늘어난 239억달러(약 35조원)를 기록했다.
해당 플랫폼 이용자들은 특정 사건의 결과를 놓고 ‘예’ 또는 ‘아니오’ 계약을 매수한다. 매입가는 0.01~0.99달러로 실현 확률이 높을수록 비싸다. 미국과 이란 휴전 가능성이 40%로 평가되면 ‘예’는 40센트에, ‘아니요’는 60센트에 살 수 있다. 예상이 적중하면 계약당 1달러를 받아 40센트에 매수한 투자자는 60센트의 수익을 올린다. 틀리면 투자 전액을 잃는다.
이 구조의 핵심은 여론조사나 전문가 예측과 달리 투자자의 돈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돈이 걸린 만큼 참여자는 신중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관련 수치가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민병운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까지 활용되면서 일반인도 전문가에 근접한 예측이 가능해졌다”며 “이런 예측의 총합은 강력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가의 새로운 인프라로
미국 금융가와 미디어들은 이미 예측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월 폴리마켓은 다우존스와 독점 협약을 맺고 월스트리트저널, 배런스, 마켓워치 등 산하 뉴스 플랫폼에 데이터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16억달러 이상을 폴리마켓에 투자했다. 지난달부터 ICE는 폴리마켓 데이터를 기관투자용으로 재가공해 제공하고 있다.칼시는 지난해 12월 CNN, CNB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구글 파이낸스도 폴리마켓과 칼시의 확률 데이터를 검색 결과에 표시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이 직접 관련 플랫폼을 세우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올 1월 골드만삭스의 실적 설명회에서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가 “예측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지정학 리스크를 거래”
전통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전쟁과 자연재해 발생 여부 등 돈을 걸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에 따라 평가 가격이 결정되는 선물 상품이 속속 출시되는 것이다. 선물 가격은 실시간 변동한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미래가 가격신호로 바뀌는 의미가 있다.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증시에 상장된 ‘유로넥스트 컨테이너 운임 선물’이 대표적이다. 유럽 최초의 상장 컨테이너 운임 선물로 극동에서 북유럽을 잇는 4개 주요 항로의 운임을 추종한다. 당사자 간 거래로 외부에 비공개되던 정보를 기반으로 선물 상품을 만든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할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나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등에 따라 항로에 위험이 부각되면 선물 가격도 상승한다. 상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이 여기에 투자하면 운임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런던 ICE거래소와 미국 CME그룹도 컨테이너 운임 선물 상품을 늘렸다. ‘브레이크웨이브 탱커 해운’ 상장지수펀드(ETF)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임대료를 추종하는 원유 유조선 운임 선물 ETF다. 포트폴리오의 90%가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VLCC의 임대료 선물로 구성돼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가격은 주당 9.6달러에서 150달러까지 급등해 미국 상장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예측 시장을 투자 업무에 도입하는 것은 금융 혁신을 위한 다음 단계”라고 강조했다.
김주완/손주형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