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스마트 개미’가 급증하면서 증권사에서 수십억원을 굴리는 초고액 자산가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산가 대부분 부동산 비중이 크지만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국내 주식으로 발 빠르게 옮겨간 덕분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틈을 타 ‘슈퍼리치’들은 채권 자산을 크게 비워내고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주로 반도체 우량주, 바이오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들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초고액 개인 계좌 1년 새 두 배 급증

17일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슈퍼리치들은 이란 전쟁 이후 롤러코스터를 탄 국내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3개 증권사의 초고액 자산가들은 국내 주식을 2조11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하루 새 12% 넘게 급락한 3월 4일 하루 순매수액이 1조60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대규모 순매수로, 지수가 전고점을 향해가면 순매도로 대응하는 매매 패턴을 나타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올 들어 지수가 빠질 때마다 낙폭이 큰 우량주를 담으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기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3개 증권사에서 금융자산을 30억원 이상 굴리는 초우량 고객은 1만6039명으로, 1년 전(8718명)보다 두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이명석 한국투자증권 반포PB센터 팀장은 “각종 부동산 규제와 국내 증시 밸류업 정책이 더해져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 국내 증시에 대한 자산가들의 투자 선호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바이오 더 담고, 방산주 덜어
초고액 자산가가 급증한 건 변동성 증시를 활용해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바이오주를 저가 매수하고 방산, 에너지 등 전쟁 관련 테마주는 차익실현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대응한 덕분이다.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자산가들은 반도체 우량주와 바이오주를 추가 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개 증권사 모두 순매수 1, 2위 종목으로 꼽혔다. 두 종목은 이 기간 각각 8.5%, 20.5% 상승했다. 바이오·성장주의 선별 매수 전략도 눈에 띈다. 알테오젠 등 신약 기술에 따른 기대가 있는 바이오 종목도 이 기간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전쟁 수혜주로 급등한 종목은 갈등 완화 조짐이 보이자마자 발 빠른 차익실현에 나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개 증권사 모두에서 순매도 1, 2위 종목에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등 에너지 관련주도 매도 리스트에 들었다. 고수익을 내주던 테마주에서 자금을 빼 우량주로 옮겨타는 ‘순환매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채권 줄여 국내 주식 집중 매수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선 안전자산으로 담고 있던 채권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초고액 자산가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작년 3월 말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은 34%, 국내 채권은 16%가량 담고 있었다.1년 새 코스피지수 급등과 함께 국내 주식 비중이 51%로 불어났고, 국내 채권 비중은 7%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한국의 1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0%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기대 수익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자산가들도 올 들어 안정성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팀장은 “자산가들도 정부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 노력과 코스피지수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주식은 비과세인 반면 해외 주식은 22% 양도소득세 대상인 점도 국내 주식으로의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