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깜깜이 심사 될라"…여전히 모호한 중복상장 기준

관련종목

2026-04-17 21:15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깜깜이 심사 될라"…여전히 모호한 중복상장 기준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마켓인사이트 4월 16일 오후 2시 24분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중복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회사 주주 동의 등 핵심 사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원칙론만 앞세워서다. 금융당국의 눈치와 여론에 따라 상장 여부가 결정되는 ‘깜깜이 심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거래소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원칙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제도 개편안의 골자는 상장 세칙에 ‘중복상장 심사 특례’를 신설해 영업·경영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노력을 질적으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예측 가능성’의 부재다. 업계가 요구해온 업종별 특성이나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모회사 일반 주주 동의 여부를 심사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확인하는 방식은 설문조사 등 ‘참고 사례’만 제시했다. 어느 정도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시되지 않았다. ‘종속회사 등의 미래 성장성’ ‘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이 심사 기준에 포함된 점도 논란이다. 모회사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라는 취지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중복상장에 대한 깜깜이 심사만 굳어질 것이라는 게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중복상장은 별다른 기준이 없어 혼선을 빚어왔다. SK엔무브 등은 거래소 압박에 IPO를 중단한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 DN솔루션즈 등은 예심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올해도 케이뱅크는 상장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예심을 청구한 덕산넵코어스 등은 심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명시적 기준이 없다는 건 결국 지금처럼 거래소가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라며 “예심 전까지 상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기준선을 수치로 명확히 그어버리면 오히려 이를 악용하거나 규제의 허점만 살짝 피하는 ‘꼼수 상장’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마다 사업 구조 등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특정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수치적 요건보다 기업이 주주 보호를 위해 얼마나 진실하게 소통했는지 그 ‘충실도’를 심사의 핵심 가치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의 모호함이 기업과 소액주주의 갈등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마다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여론전과 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정무적 대응에 매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7월 제도 시행 이후 어떤 기업이 ‘제1호 중복상장 심사’ 대상이 돼 본보기가 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