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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 시행 앞둔 2026년 '주총 시즌'이 남긴 신호 [서이헌의 법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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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 시행 앞둔 2026년 '주총 시즌'이 남긴 신호 [서이헌의 법과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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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됐다. 올해 주총은 개정 상법의 지배구조 핵심 규정 시행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정기주총 시즌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예년과는 다른 의미를 가졌다. 실제로 이번 주총에선 법 개정 취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과 향후 제도 변화에 대비한 이사회 구조 조정이 동시에 관찰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 2478곳 가운데 70% 이상이 3월 말에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가운데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약 2100개사에 달했고,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 안건은 260여개 회사에서 상정돼 모두 가결됐다. 표면적으로는 큰 이변이 없는 주총처럼 보였지만, 안건의 내용과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 드러난다.
    정관 변경: 선제적 반영과 구조 조정의 공존




    이번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관 변경이다. 정관 변경의 세부 내용을 보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한 기업이 많았다. 독립이사 비율 상향, 전자주주총회 관련 규정 정비, 이사의 충실의무 명시 등 개정 상법의 주요 내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전자주총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함께 상정해 가결시켰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패키지를 의결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정관 변경이 개정 상법의 취지를 그대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일부 코스피 상장사에선 이사의 임기를 ‘3년 이내’로 유연화하거나 이사별로 임기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 이사 수의 상한을 설정하거나 축소하는 안건이 상정돼 통과됐다. 이러한 구조는 하반기부터 대규모 상장회사에 의무화되는 집중투표제의 실질적 효과가 축소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개정 상법의 핵심 규정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려는 흐름과,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이사회 구조를 재설계하려는 시도가 같은 주총 시즌에 병존한 셈이다.
    주주행동주의의 확산: 안건에서 이사회로


    주주행동주의의 확산도 이번 주총 시즌의 중요한 특징이다. 팰리서캐피탈의 LG화학 주주제안, 얼라인파트너스의 DB손해보험·코웨이·에이플러스에셋 등에 대한 거버넌스 개선 요구, 라이프자산운용의 BNK금융지주에 대한 RSU 도입 제안 등은 이제 주주제안이 특정 이슈나 소수 기업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개정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명문화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 역시 법리적 정당성을 한층 강화했다. 하반기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해임과 관련한 합산 3%룰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가 시행된 이후엔 행동주의 펀드들의 이사회 진입 시도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주제안은 더 이상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이사회 구성 자체를 바꾸기 위한 실질적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변화: 사전 공개 확대와 적극적 의결권 행사



    국민연금의 역할 변화도 이번 주총 시즌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실제로 시차임기제의 활용, 이사회 정원 축소, 전자주총 배제 등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우회할 소지가 있는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일부 기업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이나 특정 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개 기준의 확대다. 기존에는 지분율 10% 이상(또는 보유비중 1%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가 이뤄졌으나, 2026년 정기주총부터는 지분율 5% 이상 기업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주총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연기금의 찬반 입장이 보다 폭넓게 공개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기업 입장에선 안건 상정 단계부터 국민연금의 판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선언적 원칙을 넘어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거버넌스 전환기의 문턱에서

    하반기엔 대규모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감사위원 선임·해임에 관한 합산 3%룰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가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전자주주총회 병행 의무화 역시 단계적으로 현실화된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정관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시행일부터 곧바로 적용되므로, 모든 대상 회사는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구조와 관련해 법무부의 유권해석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시행과 함께 추가적인 이사회 구성 조정이나 후속 조치가 문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회사별 이사회 구성과 임기 현황에 따라 하반기 임시주주총회 개최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2026년 9월10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경우부터 적용되는 만큼, 내년 정기주총까지를 아우르는 중장기 일정 관리와 구조 점검이 요구된다.

    미래는 도래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하반기 임시주총이나 내년 정기주총 일정까지 염두에 둔 체계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은 높아지고, 대주주의 의결권 영향력은 구조적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표결 결과 공시 범위의 확대와 함께 안건별 찬반 비율이 상세히 공개되면서, 안건 설계와 IR 전략의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2026년 정기주총은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니었다. 이는 한국 상장회사 거버넌스가 새로운 규범으로 이동하는 경계선이자, 향후 제도 변화에 대한 집단적 예행연습이었다. 이제 기업에게 남은 과제는 이사회 구성, 의결권 구조, 주주 소통 전반을 점검하고, 변화된 제도를 방어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의 기회로 연결하는 전략적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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