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2만명이 모입니다."
오는 21일 오후 농협 조합장·조합원 2만여 명이 여의도 공원 인근에서 개혁안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만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초긴장 상태다. 이들 조합장은 지역 기반 선출직으로 농촌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지방 선거에도 적잖이 관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집회로 정부·여당의 개혁안 동력도 흔들리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개혁안과 배치되는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표심에 영향력이 상당한 농협 조합장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농협중앙회장을 ‘회장선출기구’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조합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첨으로 선정된 조합원으로 선출기구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조합장 1100여 명과 일부 선별된 조합원이 회장을 뽑는 구조다.
이는 당정이 추진 중인 개혁안과 배치된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187만 명의 조합원이 직접 회장을 뽑는 직선제를 골자로 한다. 불과 열흘 사이 같은 당에서 상반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개혁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윤 의원안은 187만 명의 조합원이 1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선출 권한을 전체 조합원으로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문 의원안은 조합장과 일부 조합원에게 선출권이 집중되는 구조로 기존 조합장 중심 권력 구조를 사실상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여권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된 배경에는 조합장의 조직적인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 농협 조합장들은 최근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21일 반대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직선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역 갈등과 인기영합적 공약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직선제 도입 때 선거 관리 비용이 수백억원 규모로 늘어나 농업인 지원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정치권이 이들의 반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조합장이 지역 기반 선출직으로 농촌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맞물린다. 평소 조합원과 밀착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여론에 깊숙이 관여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조합장 집단 반발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농협과 조합장이 국회의원별 연고와 인맥을 활용한 이른바 ‘대인마크’식 로비에 나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민단체도 선거제 개편을 놓고 충돌했다. 진보단체인 전국농민총연맹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등은 직선제 개편 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4-H중앙본부,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등은 직선제 관철에 반대한다.
이처럼 여당과 농민단체 사이의 내부 이견이 정리되지 않으면 개혁안 동력은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개혁 필요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의 개혁안 반대는 예견된 것”이라며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쳐 조정해 나갈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준병 의원 측도 조합장 비상대책위원회 의견을 수렴하며 공론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