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전쟁 전 육천피(코스피지수 6000) 달성 당시에는 증권가 일각에서 ‘과열’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실적 시즌에 접어든 현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란 평가에 힘이 실린다. 그동안 기업 이익 추정치가 크게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가 6226.05로 마감된 지난 16일 기준 이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이하 생략)는 7.55배다. 코스피가 앞선 고점인 2월26일의 6307.27까지 1.29%만을 남겨뒀지만, 12개월 선행 PER은 고점(10.4배)보다 27.4%나 낮은 수준이다.
지수가 엇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는데도, PER이 낮은 이유는 실적 추정치의 상향이다. 코스피 합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난 2월26일 2만6565.32원에서, 이달 16일 3만5911.87원으로 35.18% 상향됐다. 전쟁으로 주식시장은 출렁였지만, 우리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는 꾸준히 높아진 것이다.

특히 반도체 이외 섹터의 실적 추정치도 상향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코스피 업종별로 지난 2월26일과 4월16일의 12개월 선행 EPS를 비교하면 전기·전자의 상향비율이 53.88%로 가장 크다. 제조(45.35%), 제약(27.03%), 화학(14.67%), 보험(13.66%), 부동산(12.13%), 증권(11.65%), 금융 10.4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경닷컴은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2월27일과 비교해 4월16일 종가가 하락하지 않았으며 △12개월 선행 PER은 5% 이상 하락한 21개 종목을 추렸다.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2월 말 9.42배에서 4월16일 5.54배로 41.2% 낮아졌다. 주가는 21만6500원에서 21만7500원으로 0.46%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12개월 선행 EPS가 기존 2만2986.91원에서 3만9276.09원으로 70.86% 상향됐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의 12개월 선행 PER도 2월 말 대비 각각 18.82%와 31.67% 하락했다. 주가는 8.86%와 6.98% 상승했지만, 선행 EPS가 34.1%와 56.56% 상향돼 PER을 끌어 내렸다. 특히 SK스퀘어의 12개월 선행 PER은 3.57배로, 추려진 종목 중 가장 낮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도한 할인 구간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적 개선 속도와 규모를 감안할 때 이들의 시총은 각각 2000조원과 1300조원 이상이 적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대형 종목 이외에서는 태양광 업체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눈길을 끈다. 2월 말 대비 주가가 56.63%나 급등했지만, 12개월 선행 PER은 오히려 16.01% 하락했다. 12개월 선행 EPS가 86.5%나 급증하면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태양광 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우호적인 정책이 기대된다”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외 의존도 축소 기조는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제조사인 삼성SDI는 이익 추정치 상향이 돋보인다. 2월 말 대비 190.89%나 상향돼 12개월 선행 EPS가 6180.2원으로 집계돼 있다. 다만 선행 PER가 64.7%나 하향됐지만, 여전히 77.42배에 달한다. 12개월 선행 PER 하락폭이 92.54%로 가장 큰 리가켐바이오 역시 PER는 190.67배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