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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 막히자…해외 큰손들, 시니어하우징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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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임대 막히자…해외 큰손들, 시니어하우징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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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4월 20일 09: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시니어하우징으로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관련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일반 주택보다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 글로벌 운용사들의 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이 사업성 한계와 운영 부담에 주춤한 사이 해외 자본은 서울 강남권 등 핵심 입지에서 고급형 프로젝트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 각축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워버그핀커스는 SK디앤디,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와 함께 서울 방배동 한샘디자인파크 부지에 하이엔드 시니어하우징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워버그핀커스는 글로벌 부동산·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지닌 대형 운용사로, 한국에서도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에 이어 시니어 주거 분야로 투자 보폭을 넓혔다. 방배 프로젝트는 연면적 약 1만1000㎡, 11층 안팎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짓는 사업으로 1인실·2인실·특실 등을 포함해 100~110개 실을 계획했다. 총사업비는 1200억원 수준이며 2028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방배 사업의 핵심은 ‘하이엔드’다. 단순한 노인복지시설이 아니라 강남권 고소득 시니어를 겨냥해 식사와 건강관리, 간호 인력 상주, 재활·물리치료,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도심형 프리미엄 주거 모델을 지향하고 있어서다. 병원과 생활편의시설을 연계한 서비스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버그핀커스 관계자는 “예전 실버타운이 외곽형 요양시설에 가까웠다면 최근 글로벌 자본이 보는 시니어하우징은 도심형 고급 주거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단일 개발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는다. 워버그핀커스와 SK디앤디, DDI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시니어 주거 개발·운영을 확대하는 공동 투자 약정을 맺고 최대 1조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확보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방배동 사업에 이어 신규 프로젝트가 속속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버그핀커스와 SK디앤디는 이미 경기 화성 송산동의 ‘케어링스테이 레이크점’을 인수했고, 포천에서도 시니어하우징 자산을 확보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자산은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간호사·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하며 식사와 돌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양로시설이다. 화성과 포천 프로젝트는 보증금 2~3개월 치에 월 300만~400만원 수준의 이용료를 받는 구조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도 국내 시니어하우징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베스코는 KT&G와 함께 경기 고양시 일대 자산을 활용한 시니어하우징 사업을 추진하고, 시니어 종합 케어 기업 케어닥과의 협업을 통해 운영 역량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워버그핀커스가 SK디앤디와 손잡고 개발형 플랫폼을 키우고 있다면, 인베스코는 자산 확보와 운영 플랫폼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무주공산' 선점 경쟁
    글로벌 운용사가 한국 시니어하우징 시장을 눈여겨보는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와 낮은 보급률이 자리 잡고 있다. 인베스코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40년까지 고령 인구가 지금보다 11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편입되면서 단순 요양시설이 아니라 도심 접근성, 커뮤니티, 헬스케어를 갖춘 고급형 주거 수요가 빠르게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의 잠재성은 더 뚜렷하다. 한국의 시니어하우징 보급률은 0.6%로 미국 11.1%, 호주 5.9%, 일본 2.5%에 비해 현저히 낮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시장이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파편화돼 있어, 자본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글로벌 운용사 입장에선 표준화·대형화를 통해 선점 효과를 누릴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해외 자본은 한국 기업형 임대주택(BTR) 시장에 수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법인의 주택 보유와 임대 사업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고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신규 투자가 사실상 멈췄다. 반면 시니어하우징은 노인복지시설로 분류돼 일반 주택과 다른 제도 틀 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코리빙 등 일반 임대주택에 묶인 해외 자본이 시니어하우징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도 삼성노블카운티와 더클래식500 등 고급 시니어 주거시설이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상당수 사업장이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대형 건설사는 프로젝트 규모가 작아 본격 진출 유인이 낮다는 반응이다. 보험회사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업종 특성상 운영 리스크가 큰 시니어하우징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쉽지 않다. 글로벌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시니어하우징 시장의 확장성과 성공 여부는 운영 전문성과 전국 단위 케어 네트워크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 주택 재분배 기능
    업계에선 시니어하우징이 단순 복지시설을 넘어 도심 주거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서울 주택 자산이 이미 고령층에 집중돼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아파트 소유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38.7%, 50대는 26.2%였다. 서울 아파트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을 50대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니어 레지던스 확산은 노인 복지를 넘어 주택시장 해법으로도 읽힌다. 고령층이 대형 자가주택을 처분한 뒤 시니어 레지던스로 이동하면 가족 단위 실수요가 들어갈 수 있는 기존 주택이 도심에 다시 공급되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에서는 시니어 주거가 주택 순환을 유도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호주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령자가 거주 주택 매각 대금 중 1인당 최대 30만호주달러를 연금 계좌에 추가 납입할 수 있도록 하는 ‘다운사이저 기여금’ 제도 등 세제 혜택으로 주거 이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형 임대주택이 규제에 막힌 상황에서 시니어하우징은 사실상 마지막 리빙 투자처로 떠올랐다”며 “고령층 주거 이동을 촉진하면 도심 주택 재고를 재배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입지와 서비스, 운영 역량을 결합한 사업자가 시장 표준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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