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오월드 사파리를 탈출해 열흘간 가출했던 늑대 '늑구'가 무사히 생포됐다. 17일 대전시와 수색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동 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IC) 인근에서 탈출했던 늑대 늑구를 포획해 오월드로 이송했다. 지난 8일 철조망 아래 구멍을 파고 탈주한 지 열흘 만이다.
포획 과정은 긴박했다. 전날 오후부터 뿌리공원 인근을 수색하던 당국은 한차례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밤 9시 54분께 늑구로 추정되는 개체를 확인했으나 대조 결과 오소리로 판명된 것. 수색 종료를 검토하던 찰나, 야생생물협회 관계자가 안영 IC 출입구 인근에서 실제 늑구를 목격하면서 작전은 급물살을 탔다.
대전시가 공개한 포획 당시 영상에는 수풀 속에서 남성 서너 명이 늑구를 조심스럽게 옮기는 긴박한 모습이 담겼다. 현장 관계자들은 늑구에게 인공호흡기를 씌우려 시도했으나, 다행히 자가 호흡이 가능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이송을 서둘렀다. 영상 속 관계자들은 "완전히 일어나지 않으니까 덤빌 정도는 아니니까 이대로 이동", "마취총 몇 발 맞았는지 알 수 있느냐"라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늑구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발견 당시 늑구는 다소 지친 기색이었으나 경계심이 강해 접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의사가 도착할 때까지 거리를 두고 동태를 살폈다. 이후 마취총을 발사했고, 늑구는 비틀거리며 도주하다 인근 수로로 떨어졌다.
관계자는 "물이 흐르는 수로에 빠진 상태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가가 귀를 잡아 들어 올렸다"며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월드로 돌아온 늑구는 검진 결과 맥박과 체온 모두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격리 공간에서 회복 중이다. 2024년생인 늑구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한국늑대의 3세대 후손으로, 그간 시민들의 불안과 관심을 동시에 받아왔다.
대전시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늑구 안전하게 돌아왔어요. 맥박도 체온도 모두 정상. 늑구를 안전하게 데려오기 위해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늑구 안전을 걱정하며 응원해주신 분들도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시민 여러분께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시설관리 및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온라인상에서는 늑구의 귀환을 반기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어서와 늑구야", "집 떠나면 고생이다", "인공호흡기 어떻게든 씌워 보시려고 하는 거 관계자분 마음이 이해가 간다", "구조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 감사하다", "사람 속은 다 타들어 갔지만 늑구에게 짧은 봄소풍이었다. 집에 가서 맛있는 밥 먹고 건강 되찾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