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과 자치구가 중앙 정부를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수십 년간 묵혀온 숙원 사업과 재정 손실 보전을 요구해서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더라도 ‘서울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어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서울교통공사는 65세 이상 노인의 무차별적 무료 이용으로 인한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정부에 5761억원의 국비 보전을 공식 요청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기획예산처,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부 등에 공문을 보내 무임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 근거 법제화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사가 보전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정부에 압박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는 한국철도공사가 정부로부터 공익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의 손실을 보전하는 ‘공익서비스 비용’(PSO)을 평균 74.3% 보전받는 점을 근거로, 작년 전국 도시철도 무임 손실액 7754억원의 74.3%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말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태균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사장으로 선임해 논란이 됐다. 오 시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지방선거 직전에 자신의 사람을 ‘알박기’ 했다는 주장을 서울시 일부 의원이 제기한 영향이다. 김 사장이 취임 직후 공사의 해묵은 노인 무임승차 이슈를 공론화하자 오 시장을 지원사격 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오 시장은 현재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을 진행 중이다.

오 시장과 같은 당인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정부와의 갈등을 이슈화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이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전격 공개하며 정부의 ‘불통’을 성토했다. 동대문구는 현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변전소가 15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와 18m 거리에 설치되는 문제를 두고 국토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하루 운행 횟수가 평일 9회에 불과해 ‘지옥철’로 불리는 수인분당선 청량리~왕십리 구간 증편 문제와 정부가 주택 공급용으로 점찍어둔 국방연구원 부지를 바이오 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까지 겹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정부로선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매물돼 서울 시민을 외면을 외면한다는 ‘서울 홀대론’이 선거에서 불거질 수 있어서다. 여권 한 인사는 “정부가 들어줄 수도,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딜레마적 상황을 적극 이용하는 듯한 행보”라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