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 소비량이 전쟁 전 대비 최대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격 억제 정책이 오히려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객관적 수치로 반박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이 중동에서 확보한 2억7300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오는 6월부터 국내에 본격 도입된다고도 밝혔다.
"소비 억제 효과 뚜렷"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6일 중동전쟁 브리핑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유류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산업부 전쟁 발발 전인 3월 첫째 주와 비교했을 때 지난주 휘발유 판매량은 11.0%, 경유는 7.1% 줄었다.전년 동기 대비로도 휘발유 1.8%, 경유 7.6% 소비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양 실장은 “가격 반영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 결과”라며 “제도 운용에 따른 판매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객관적인 판단을 돕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생산 원가와 판매가의 차액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정책의 한계를 살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석유최고가격 4차 고시를 앞두고 정책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사단 물량은 6월 반입 시작
강 실장을 비롯한 특사단이 중동 4개국과 협의해 확보한 원유 물량의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됐다. 강 실장이 밝힌 '호르무즈 대체원유' 확보 물량은 원유 총 2억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t으로, 이는 평시 약 100일 가량 국내에 소비되는 규모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 물량 5000만 배럴은 선적이 불확실했으나, 이번에 특사단이 사우디 에너지부와 아람코로부터 선적 보장 확답을 받았고, 4~5월 중 순차 도입된다는 설명이다.
강 실장이 추가 확보한 물량 2700만 배럴 역시 6월 선적을 시작해 6월 말에서 7월 초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잔여 물량은 연말까지 국제 유가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매월 6500만배럴 가량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했다. 이번에 확보한 2억7300만배럴의 대체원유는 월평균(남은 8.5개월 기준) 3200만배럴로 작년 호르무즈를 통한 수입량의 49%에 해당한다. 정부 관계자는 "비축유를 보유량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시급한 불은 끈 셈"이라며 "중동 사태 지속 여부에 따라 추가 원유 확보를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프타의 경우 지난해 월간 수입량은 220만t 가량이다. 강 실장이 확보했다고 밝힌 210만t은 국내 수급량 기준으로 약 한달치 인 셈.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4월의 경우 원유 도입량 감소와 나프타 수급이 줄었고, 약 180만t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기초유분 '매점매석' 차단한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BTX 등 7개 기초유분’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했다. 생산·판매업자는 재고량을 전년 대비 80% 초과해 보유할 수 없으며, 위반 시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라 생산 및 출고 명령을 받게 된다.이번에는 매점매석 고시에는 보건·의료 분야 안보를 위해 수액백 포장재와 주사기 원료(합성수지)를 포함시켰다. 식약처는 주사기와 주사침에 대해 별도의 매점매석 고시를 시행하고 제조·판매업자의 물량 보고를 의무화했다.
산업부는 현재 보건·의료, 핵심 산업 등 분야의 원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레미콘 혼화제, 페인트 등 원료 수급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급 안정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속하기로 했다.
원유 도입선을 중동 외 지역으로 넓히기 위한 지원책도 강화된다. 17일부터 시행되는 고시를 통해 비중동 지역 원유 도입 시 지급되는 환급금 요건이 대폭 완화한다. 4월 1일 이후 도입 물량부터 소급해 6월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400만배럴 이상 계약을 했을 때만 환급금을 줬지만, 200만배럴 이하로 기준이 바뀌고, 장기 계약 외에 '스팟(Spot)' 계약도 지원 대상 포함된다. 운임 지원도 복잡한 실운송비 산정 대신 국제 표준 지수를 적용해 대금 지급 속도를 높였다.
박종관/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