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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를 위한 일본의 특허출원 비공개 제도[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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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를 위한 일본의 특허출원 비공개 제도[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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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재산권 산책]

    특허 제도의 대원칙은 발명자가 기술을 세상에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 기간 독점권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가안보에 직결된 핵심 기술(특허)을 숨겨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일본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경제 시책을 일체적으로 시행하여 국가안보 확보를 추진하기 위한 법률’(이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해 특허출원의 비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은 반도체 등 핵심 물자의 공급망 안정과 첨단기술 보호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2022년 5월 18일 공포돼 2022년 8월 1일(1단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는데 특허출원 비공개 제도의 경우 3단계에 포함해 2024년 5월 1일부터 시행됐다(2단계는 2023년 3월 1일).


    이 제도는 국가 및 국민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첨단기술에 대해 출원 공개를 예외적으로 제한한다. 심사 프로세스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우선 일본 특허청(JPO)이 국방 전용 가능성이 높은 특정 기술 분야의 출원을 선별한다. 이후 내각부에서 해당 발명이 국가안보상 치명적인지 여부를 심층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보전 지정(Security Designation)’을 결정한다.

    보전 지정이 내려지면 해당 특허의 출원 공개, 특허 결정, 거절 결정 등 모든 행정 절차가 중단되며 해당 정보는 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 비공개 상태로 관리된다. 지정된 기술 분야는 항공 및 우주 관련 5개 분야, 해양 및 수중 관련 3개 분야, 무기 및 전투 지원 관련 7개 분야, 원자력 분야 6개 분야, 핵심 기반 및 양자 기술 4개 분야 등 25개 첨단기술을 망라하고 있고 민간 기업들의 발명 역시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제78조의 외국 출원 금지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이루어진 발명이 비공개 대상 기술 분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 등 타국에 먼저 출원하거나 PCT 국제출원을 하기 전에 반드시 일본 내각부의 사전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이라는 강력한 형사 처벌이 따른다.

    일본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거나 일본 기업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 현지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을 본사 정책에 따라 한국 특허청에 먼저 출원하면 일본 법률 위반이라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출원 전 단계부터 25개 기술 분야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는 내부 필터링 시스템을 갖출 뿐만 아니라 보안 관리 및 교육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보전 지정으로 인한 손실 보상을 약속하고 있으나 실제 보상액이 특허권 행사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해당 기술이 비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전략, 나아가 글로벌 R&D 가이드라인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

    2025년 7월 일본 내각부와 특허청은 2024년도 특허출원의 비공개에 관한 제도에서의 실시 상황을 공표하였는데 이는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 사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보전심사로 나아가지 않는 판단을 내린 건이 630건, 보전심사로 나아간 건이 90건(그중 스스로 신고한 안건이 4건)이었고 외국 출원 금지에 관하여 사전 확인을 요청한 건수는 1305건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보전 지정 건수는 없었으나 그후 수십 건이 지정됐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 특허법은 정부가 국방상 필요한 경우 외국에 특허 출원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발명자, 출원인 및 대리인에게 그 특허 출원의 발명을 비밀로 취급하도록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로 군사적 목적인 무기 체계나 전투력 유지에 직결된 발명에 한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위 규정만으로는 국가안보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일본과 유사한 경제안보를 위한 특허 비공개 제도를 특허법에 도입하는 안이 검토 중에 있다. 외국 기업들의 한국에서의 특허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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