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터진 한국신발협회

15일 한국신발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정기총회에서 현직 협회장인 문창섭 삼덕통상 대표의 연임에 대해 일부 기업인이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기존에 예정됐던 추대 방식의 절차를 뒤엎고 문 회장과 안광우 에코필드 대표가 표 대결을 벌였다. 투표 결과 문 회장의 연임에 대한 찬성이 절반을 넘어 연임이 확정됐으나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인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법원에 회장 연임의 효력을 중지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협회 차원에서 만든 ‘한국신발 100년사’ 편찬에 대한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문 회장을 주축으로 한 한국신발협회가 한국 신발산업을 대변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부산 신발은 곧 한국 신발산업’이던 설립 당시(1970년)와 달리 현재는 협회가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다양한 기술을 접목할 수 없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아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일각 “신기술 개발, 제조에 치우쳐”
협회장 연임 반대로 나타난 표 대결의 내막은 내리막을 걷는 국내 신발산업의 위상과 맞물려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의 신발산업 수출액은 2001년 4억363만달러에서 2010년 2억3219만달러, 2020년 1억5320만달러 등으로 줄곧 감소세다. 지난해에는 1억달러 선이 무너져 8452만달러에 그쳤다. 사업체 규모도 덩달아 축소됐다. 2007년 부산의 신발 및 신발부품 제조업 사업체 수는 236개에서 2023년 113개로 줄었다.안 대표를 비롯한 ‘신진 세력’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발산업의 부흥기를 시대 흐름에 맞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이 제조에 치우치고 마케팅 등을 도외시한 결과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등 신발산업 생태계를 다각화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협회 “일부 기업인의 반발일 뿐”
협회는 이 같은 신진 세력의 등장이 자칫 신발산업 도태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이 주축이 돼야 정부 과제 기획에서의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산업 전반의 성장의 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AI와 같은 기술 역시 제조업에서 쌓은 역량이 바탕이 돼야 정교한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문 회장은 “부산 신발산업은 한때 전 세계 운동화 생산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쌓아왔다”며 “신생 기업 중심의 일부 기업인이 주축이 된 비대위가 협회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했다.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여부는 오는 27일 가려질 전망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