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공에 휴지 한 장을 매달아 놓고 대포를 쐈는데, 대포알이 맞고 뒤로 다시 튕겨 나왔다."
1911년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금박에 알파입자를 쏘는 실험 도중 조수로부터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 한 말이다. 8000개 중 하나꼴로 입자가 뒤로 튕겨 나왔다는 사실은 당시 과학계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원자 안에 단단한 핵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간 <자연은 왜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가>는 20세기 초 원자 구조를 규명하는 실험에서 출발해 2012년 '신의 입자' 힉스보손 발견까지, 입자물리학 100년의 여정을 한 편의 드라마로 풀어낸 과학 교양서다.
저자는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수석과학자 로버트 칸과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의 명예 과학자 크리스 퀴그. 두 사람은 이 분야의 결정적 장면들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들이다.
이 책의 핵심은 간단한 질문이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 물음을 붙들고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인류가 어떤 발견을 거듭해왔는지, 어떤 실패와 우연과 집념이 쌓였는지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다. 저자들은 책 첫머리에서 직접 말한다.
"굳이 음악가가 아니어도 교향곡을 감상할 수 있듯이, 전문 과학자가 아니어도 여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아가는 여정은 러더퍼드의 산란 실험에서 시작해 머리 겔만의 쿼크 이론으로 이어진다. 쿼크는 처음엔 그저 수학적 편의를 위한 개념에 불과했다.
그런데 1974년 11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입자가 동부와 서부의 두 실험실에서 거의 동시에 발견되었다. '맵시(charm) 쿼크'의 존재가 증명된 것이다. 물리학계는 발칵 뒤집혔고, 이 사건은 '11월 혁명'이라 불리게 된다. 이론이 현실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책의 클라이맥스는 2012년 7월 4일 스위스 제네바 유럽핵입자연구소(CERN)에서의 발표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 실험팀이 힉스보손으로 추정되는 입자를 발견했다고 선언하던 순간, 반세기 전에 이 입자의 존재를 예언했던 피터 힉스 본인이 객석에 앉아 있었다.
"마침내 그것을 찾았습니다"라는 사무총장의 발표가 끝나자 발표장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힉스보손은 빅뱅 직후 질량이 없던 입자들에게 무게를 부여한 존재로, 별과 행성, 나아가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열쇠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 역시 없었다.

이 책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입자물리학이 결코 ‘쓸모없는 순수과학’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힉스보손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입자가속기는 초전도 자석과 극저온 냉각,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발전시켰고, 이는 MRI 등 의료 영상 장비와 차세대 전력 기술로 이어졌다. 또 CERN에서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려다 탄생한 것이 오늘날 인터넷의 기반인 월드와이드웹(WWW)이다.
인공지능 역시 입자 충돌 데이터 속에서 희귀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 먼저 발전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우주의 가장 작은 입자를 찾는 연구가 우리가 쓰는 가장 거대한 기술 인프라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표준모형이 완성되었어도 세계는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현재 물리학 이론으로는 우주 전체의 겨우 5%만 설명 가능하다. 나머지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물질과 반물질이 왜 대칭을 이루지 않는지도 미스터리다. 빅뱅 이후 둘이 정확히 같은 양으로 생성됐다면, 서로 소멸해 우주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설명되지 않은 수수께끼인 셈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