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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줄 서서 먹었는데…" 사라다빵 '카피캣 전쟁'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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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줄 서서 먹었는데…" 사라다빵 '카피캣 전쟁'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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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핫도그 열풍’을 일으켰던 명랑핫도그는 미투(유사) 브랜드가 13개에 달했다. 한 해에 오프라인 매장을 700개씩 오픈하며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자 업계 전체가 들썩인 결과였다. 수많은 카피 제품이 양산되는 와중에도 핫도그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법적 다툼까지 나아간 사례는 없었다.

    식음료(F&B) 업계의 짧은 유행 탓에 미투 브랜드는 하나둘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 와중에도 명랑핫도그는 핫도그 한 우물을 파 1년에 2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잡았다. 전국 매장 수는 430개에 달한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명랑핫도그는 처음으로 ‘막대가 꽂혀 있지 않은’ 빵 사업에 진출했다. ‘튀긴 빵’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거듭하며 개발한 메뉴만 300가지가 넘었는데, 길쭉한 빵 중앙에 막대가 꽂혀 있는 핫도그의 정형성 때문에 실제 출시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다년간의 R&D 성과를 묵혀둘 수만은 없어 선택한 게 사라다빵이었다. 6개월간의 집중적인 연구를 거쳐 막대 대신 속 재료를 채워 넣은 사라다빵을 개발했고, 지난해 11월 ‘쏘쏘사라다’를 런칭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제품뿐 아니라 포장 용기, 로고 디자인 등이 매우 흡사한 ‘케이찹사라다’라는 업체가 나타나 가맹점 수를 빠르게 늘려가기 시작했다. 핫도그 열풍 때와는 복제 속도의 차원이 다른 ‘데드 카피’였다.
    “전에 없던 둥근 사라다빵 그대로 베껴”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명랑핫도그를 운영하는 명랑시대외식청년창업협동조합(명랑시대)은 이달 7일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에 주식회사 함께그린과 그 대표이사 정모씨 등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함께그린은 케이찹사라다 가맹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다.


    명랑시대는 케이찹사라다가 자체 R&D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쏘쏘사라다를 그대로 베낀 브랜드라고 주장한다. 통상적인 사라다빵은 길쭉한 빵을 베이스로 하는데, 쏘쏘사라다는 지름 9㎝, 두께 약 5㎝의 둥근 도넛 모양을 띠고 있다. 수 차례 반죽 배합과 성형 테스트를 거친 끝에 개발한 독창적인 형태라는 설명이다. 케이찹사라다의 사라다빵 외관은 이와 매우 유사하다.

    포장 용기 디자인도 흡사하다. 명랑시대는 속 재료가 돌출된 둥근 모양의 사라다빵을 담아낼 오픈형 박스를 자체 개발했다. 패키지 전문 업체 참존박스와 장기간 협업하며 여러 차례 도면을 수정하고 시제품 테스트를 거친 결과였다. 쏘쏘사라다 로고가 인쇄된 ‘메뉴픽’을 빵 상단에 꽂아 시각적인 포인트를 줬다.

    이번 소송에서 명랑시대 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YK의 진호식 파트너변호사는 “케이찹사라다의 무분별한 모방 행위는 쏘쏘사라다의 정당한 개발 이익을 침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비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혼동을 유발해 건전한 거래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소 확률 낮지만…“업계에 경종”
    명랑시대는 시중에 없는 독창적인 형태의 사라다빵과 포장 용기를 개발하는 데 5억~6억원을 투자했다. 인건비 등 간접비를 모두 포함하면 최소 2억원이 더 들었다고 한다. 10~20대 소비자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뉴트로’ 컨셉의 신규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카피캣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시장 안착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기준 전국의 쏘쏘사라다 가맹점은 11개, 케이찹사라다는 28개에 달한다.

    국내에서 ‘원조’ 브랜드가 ‘카피’를 상대로 벌인 법적 공방에서 승소한 사례는 많지 않다. 외관의 유사성만으로 위법한 모방 행위임이 인정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벌집 아이스크림을 처음 개발한 소프트리가 자사 제품을 모방한 밀크카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고기 프랜차이즈 이차돌을 운영하던 다름플러스가 일차돌이라는 모방 브랜드를 낸 서래스터를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서 이긴 케이스도 있다. 30년 넘게 메로나를 판매해 온 빙그레가 메론바를 출시한 서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서주가 승소한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카피 브랜드가 퀄리티 컨트롤에 실패하면 원조 회사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피해”라며 “무형의 IP가 갖는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의 관행이 근절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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