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 멍청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
라르스 스벤젠 지음│염지선 역│프런티어│1만9000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탄식한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바보들이 많을까?” TV에 나와 망언을 일삼는 유명인들부터 막말이 난무하는 기사 댓글창, 황당한 가짜뉴스를 단톡방에 퍼 나르는 지인,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나 자신까지. 현대인은 매일 멍청함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 바보이고 멍청하다는 사실이다. 어찌 됐든 우리 삶에서 제일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멍청이는 매일 아침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멍청이일 테니 말이다.라르스 스벤젠 지음│염지선 역│프런티어│1만9000원
누구나 스크린 터치 한 번으로 막대한 양의 정보에 접근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발언권을 가지는 오늘날 역설적으로 멍청함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확신에 찬 바보들이 자신의 헛소리를 증폭시키는 거대한 확성기가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철학이다.
어려운 현대 철학을 가장 명쾌한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노르웨이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이 위트 넘치고 통찰력 있는 신작을 통해 ‘멍청함’의 본질을 지성적으로 해부했다. 이 세계의, 그리고 우리 내면의 바보 멍청이를 직시하게 함으로써 더 나은 지적 주체로 거듭나게 돕는 이 책에서 저자는 멍청함을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도덕적·철학적 태도’로 정의한다.
1. 바보는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가 막연하게 혼용해 부르는 인간의 다채로운 어리석음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스스로 사고하기를 멈추고 남의 말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바보’, 사고 능력은 있으나 편향된 논리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멍청이’, 그리고 그릇된 판단을 아무 생각 없이 진리로 믿고 고집하는 최악의 혼합형 ‘바보 멍청이’가 그것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함정에 빠져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성찰의 시작이다.
2. 보수는 바보이고 진보는 멍청한가?: 왜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합리적인 대화는 불가능해지는가? 저자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왜 지적 수준의 싸움으로 변질되는지 분석한다. 특정 진영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은 우리에게 ‘생각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며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진 진영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다. 결국 공론장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는가를 증명하는 멍청함의 경연장이 된다.
3. 미래는 지금보다 더 바보들의 세상일까?: 스마트폰과 SNS가 인류를 더 똑똑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저자는 온라인 세계가 만든 ‘에코체임버(반향실)’ 효과를 경고한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 제공하며 확증편향을 극대화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를 소화할 판단력은 퇴보하고 결국 현대인은 거대한 데이터 속에서 길을 잃은 채 ‘감정’과 ‘느낌’으로만 세상을 해석하게 된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몽테뉴,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정점에 섰던 지성들의 문장을 빌려 우리 삶 속 ‘멍청함’의 본질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또한 가짜뉴스, SNS 알고리즘, 정치적 혐오와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철학적 시각으로 명쾌하게 풀어내며 날카로운 시의성을 확보했다. 저자의 위트 넘치는 문체로 독자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지적 쾌감을 선사하는 매력을 갖춘 책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안전한 모방의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독자들이 스스로 사유하는 존재로 항해를 시작하게 돕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매일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당신, 검색 없이는 단 한 문장도 스스로 생각하기 어려워진 당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멍청이로만 치부해온 당신을 위한 책.
오은환 한경매거진앤북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