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르무즈해협 역봉쇄 전략이 암초를 만났다. 이란의 홍해 봉쇄 등 보복 조치를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에 ‘역봉쇄 해제’를 요청해서다. 이란이 유조선에 실어 호르무즈해협 밖에 비축한 원유 재고도 석 달 치 수출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 받을 경제 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경제의 부담은 커지고 있어 역봉쇄 전략이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미국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해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전날 미국이 단행한 호르무즈해협 역봉쇄 조치가 이란의 추가 도발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사우디는 예맨과 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해협은 사우디에서 수에즈운하에 진출하거나 아시아로 나가는 선박이 지나는 핵심 항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사우디 원유 수출의 우회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에서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지나는 비중은 12%로 추산된다.
이란은 친이란 성향의 예맨 후티 반군에 해협 봉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바브엘만데브해협도 잃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사우디 외에 다른 중동 국가도 미국에 역봉쇄를 풀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중동 국가 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많은 국가가 미국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경제적 생명줄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역봉쇄 조치가 이란의 원유 수출에 즉각적인 타격을 못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WSJ는 이날 호르무즈해협 밖 해상에 1억5400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가 선적된 채 대기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부분 중국 수출용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적 물량은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약 150만 배럴)의 100배 수준이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혀도 이란이 오는 7월 말까지는 원유 수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봉쇄를 통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고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해상 석유 비축량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보다 더 오랜 기간 혼란을 견딜 수 있다’는 이란의 확신이 단순한 허세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