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과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13일 개장을 앞둔 국내 증시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중동 긴장 완화 기대에 8% 넘게 급등했던 코스피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은 밤잠을 설칠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첫 협상 결렬만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협상 결렬을 보고 판단하는 건 자기가 응원하는 야구팀 1회초 원아웃 보고 TV 끄는 것과 똑같다"며 "시장도 이를 감안하고 있기 때문에 별 탈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2010년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기까지 2년가량이 걸렸던 사례를 거론하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다만 "어느 한쪽이 다리를 불살라버리는 행위가 벌어지면 시장이 엄청나게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11일부터 12일 새벽까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21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개 주요 이슈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핵 농축 포기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즉각 개방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장기간 개발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약속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합의 없이 귀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직후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숙이지 않을 경우 해상봉쇄 카드를 써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 링크를 게시해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협상 결렬 전까지 코스피는 가파른 반등세를 보인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마지막 거래일(4월 3일·5377.30)보다 481.57포인트(8.96%) 상승한 5858.87로 올랐다. 삼성전자의 1분기 슈퍼 어닝 서프라이즈와 미·이란 2주 휴전 합의가 겹치며 외국인이 주간 누적 5조314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7조7422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일부는 하락에 베팅하다 4월 8일 급등장에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번 협상 결렬로 지수가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감도 남아 있다. 단기 방향성을 가를 변수로는 오는 14일 발표 예정인 미국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23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가 꼽힌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정보 플랫폼 에픽AI는 "13일 이후에는 기업 실적 모멘텀과 중동 협상 진행 상황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다만 종전 협상 과정에서의 노이즈와 인플레이션 우려는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