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만나 “소상공인에게도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 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에게 단체협상권을 주는 가맹사업법 개정에 이어 중소 사업자 등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을(乙)의 담합’도 허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에 “우리 사회는 이제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충분히 그럴 만한 역량도 있다”며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착한 담합’ 없다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양경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2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 3권(단결·단체행동·단체교섭)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단결권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니, 과연 노동 3권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 의문”이라며 소상공인 얘기를 꺼냈다.이 대통령은 “사안별로 납품업체 또는 체인점이 집단적으로 교섭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금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처벌되고, 금지되고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40조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해서는 안 되는 공동행위 아홉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가격 정보 공유 같은 공동행위를 통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즉 담합이다.
이 대통령이 ‘납품업체’를 언급한 것은 중소 협력사가 대기업과 납품가격 등 거래 조건을 협상할 때 동일 업권에 있는 기업들과 협의하는 등의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 협상력을 감안해 사실상의 담합을 용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체인점’을 얘기한 건 가맹(프랜차이즈)본부를 상대하는 가맹점주에게 단체협상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지난해 말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해결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포괄적으로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했다.
◇李 “AI 현장 도입, 피할 수 없어”
민주노총은 이날 청와대에 46쪽 분량의 ‘산별·연맹 핵심 요구안’을 전달했다. 양 위원장은 “노동 현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라며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 변화가 아니라 완전한 소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대책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AI로 발생하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환수할지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정책 입안 시 고려되는 환경영향평가처럼 노동영향평가도 의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 독점 해소 명분으로 추진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이 대통령은 “노동을 다 대체하는 것을 정부가 밀어붙이면 반노동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근데 이건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스마트팩토리를 개선하거나 운영·유지하려면 오히려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며 “현장 노동자를 재교육시켜 그에 맞게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고 빠르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한재영/곽용희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