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신속 집행을 강조하는데 더해 추가경정예산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부처의 1분기 본예산 집행률은 10년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된 예산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부처들이 긴급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3조원에 달하는 추경 편성을 추진하면서 '묻지마 청구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업부와 중기부의 예산 집행률은 각각 33%, 40.8%였다,

산업부의 1분기 예산집행률인 33%는 10년내 최저치다. 통상 1분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40~50% 수준이지만, 올해는 예산 집행 추진속도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는 분석이다.
중기부도 마찬가지다. 중기부의 2024년, 2025년 1분기 예산집행률은 각각 51.7%, 52.9% 였다. 하지만 2026년에는 40.8%로 뚝 떨어졌다. 지난 10년내 최저치였던 2019년(39.4%)와 비슷한 수치다.
추경이 법적 요건인 '긴급성'을 상실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추경은 법적으로 전쟁이나 경제위기 등 급하게 예산을 사용해야 할때만 편성할 수 있다. 부처의 사업 지연으로 기존 본예산조차 30~40%밖에 쓰지 못한 상황에서, 뭉칫돈을 더 쥐여줘 봐야 정작 현장에는 제때 예산이 돌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산업부와 중기부는 중동 위기 대응과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각각 9241억원, 1조 9374억원의 추가 예산을 국회에 요구한 상태다. 정부·여당이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이 추경안은 별다른 수정없이 이날(10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추경과 관련해선 수조 원대 자금을 시장에 추가로 풀 경우 최근 요동치는 환율과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무리하게 예산부터 부풀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배정된 본예산부터 제때 현장에 푸는 것이 실물경제 부처의 기본"이라며 "본예산도 다 못 쓰면서 위기를 핑계로 수조 원대 추경 청구서부터 내미는 건 무책임한 행위"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