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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곧 큰 계약 체결된다던데, 한번 사 볼래?”
동호회나 지인 모임에서 흔히 오가는 이 한마디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법적 위험에 노출돼 있을까. 일반적으로 내부자거래 규제는 회사 임직원이나 대주주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제174조 제1항)에 따르면 상장회사에 대해 인허가 또는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 상장회사와 계약을 맺었거나 계약을 협상 중인 사람도 내부자에 포함된다. 이런 사람들의 대리인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사람들은 상장회사와 직·간접적으로 계약 관계 또는 법률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상장회사 업무를 어떤 계약 관계도 없이 도와주는 비공식 조력자들도 동일하게 내부자로 볼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놨다.
외부인이 내부자가 되는 순간

A 상장회사는 중국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회사 임직원은 아니었지만, 비공식 조력자였던 B씨는 중국 투자자와 회사 경영진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투자 협상 전반에 관여했다. 협상 관련 이메일과 자료를 지속적으로 공유받았고, 투자자의 방한 일정과 미팅 날짜를 조율하는 등 실무적 의사소통 창구가 되기도 했다.
투자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그는 동호회 모임에서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다. 지인들은 공시 전 A사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이후 투자 사실이 공개되자 주가가 급등했고, 이들은 주식을 매도해 큰 차익을 얻었다.
검찰은 B씨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게 했다며, 자본시장법(제174조 제1항 제1호, 제443조 제1항 제1호)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징역형, 2심은 무죄로 판결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결의 쟁점은 B씨가 자본시장법상 ‘내부자(대리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서울고법은 B씨가 민법상 위임을 받은 정식 대리인이 아니므로 내부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내부자 판단은 형식적 지위가 아니라 실질적 역할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록 공식 위임이 없더라도 회사의 투자 협상에 깊이 관여하며 미공개 중요정보에 접근한 이상, ‘사실상 대리인’으로서 내부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보를 아는 순간 책임이 시작된다

대법원 판단은 자본시장 질서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와의 긴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본시장법상 ‘대리인’을 민법상 개념에 한정하지 않고 ‘사실상 대리인’까지 확장한 것은 자본시장법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형벌규정을 확장해석한 것으로 사료된다.
상장회사 인수합병 협상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내부 임직원 뿐만 아니라 비공식 외부 조력자를 다수 활용하는 현실을 반영하면, 형식에만 의존한 해석으로는 내부자 거래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실무상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내부자 여부가 더 이상 직함이나 계약이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게 된 경위와 거래 관여 정도에 의해 판단된다는 점이다. 실무적인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인수합병(M&A) 중개, 해외투자자 유치 등에서 흔히 등장하는 브로커, 소개자, 비공식 자문역까지 모두 규제 범위에 포함될 것이다.
특히 계약 없이 ‘관계’ 기반으로 움직이는 거래 구조에서는 내부자 해당 여부를 사전에 인식하기 어렵다. 이에 예측하지 않은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는 상장회사 관련 미공개 정보는 임직원 여부, 계약 체결 여부 또는 비밀유지계약 유무와 관계없이 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은 모두 내부자 거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