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상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이 양도된 경우, 임대차 기간이 종료됐더라도 매수자가 보증금 반환 의무를 진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새 집주인이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를 당연 승계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서울의 한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등 소송에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서울 서초구의 한 정비구역 내에서 B씨와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음식점을 운영했다. 임대차 기간은 2021년 12월31일까지였다. 그런데 2018년 12월 이 재건축 사업장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조합(피고)는 2022년 1월 해당 상가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주 통보를 받고도 점포를 비우지 않던 A씨는 2022년 4월 강제집행으로 퇴거했다. A씨는 이후 조합 측에 임대차 보증금 2000만원과 권리금 1000만원, 영업을 계속했다면 얻었을 이익 576만원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 2021년 12월에 끝났다는데 주목했다. 기간만료 이후 임차목적물(상가 건물) 소유권을 획득한 조합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항력(임차인이 제삼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 있는 상가 임대차의 경우 기간만료나 당사자 합의 등 이유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돼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상가건물 양수인은 소유권과 결합해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보증금이 아닌 권리금과 영업손실 등 주장과 관련해선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한 원심 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